[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대기업 본사 앞 시위에서 더 이상 장송곡을 틀면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8일 현대·기아 자동차가 박 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 행위 금지 및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일부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앞서 피고인 박 모 씨는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지난해부터 대형 확성기로 장송곡 등을 틀어 소음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현대·기아차의 청구를 인용, 장송곡을 지속적으로 트는 행위가 급성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인정했다. 또 피고가 주장하는 내용과 장송곡은 어떠한 연관성도 없으며, 단지 현대·기아차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피고가 시위 현장에 설치한 현수막과 피켓의 일부 문구 또한 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 법원은 ‘저질 기업’·‘악질 기업’ 등의 표현이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한다며, 피고가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박 모 씨는 지난 2013년부터 7년째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2014년 법원이 박 모 씨의 신원 노출 문제에 대한 기아차의 민사상 책임이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괴롭힐 목적’의 장기 시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기아차 외에도 삼성과 GS 등 여러 기업들의 본사 앞이 집회인들의 무분별한 현수막과 과도한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연일 울려 퍼지는 장송곡은 회사와 상관없는 인근 주민과 행인들에게까지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서초구 소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고 집회를 연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이 징역형 집행 유예를 확정 판결 받은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사 직원과 인근 주민들이 장송곡과 현수막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입어 왔다”며 “올바른 집회 문화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