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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노동' 거부 나선 택배기사, 추석 택배 대란 오나?택배노조, 21일부터 댓가 없는 분류작업 전면 거부
참여 택배기사 소수…전체 물류 영향 미미할수도
▲ 우체국택배 기사가 택배상자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추석을 앞두고 전국 택배연대노동조합에 속한 4000여명의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작업' 중단을 결의했다. 최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른 데 대한 조치다. 택배업계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상황 속 택배사는 '성장'에 웃지만 택배기사들은 '생존권'을 외치며 투쟁에 나선 모습이다.

17일 택배연대는 오는 21일부터 물류 분류작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을 공식화했다. 관련된 투표에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4300여명이 참가했고, 투표 결과는 95.5% 찬성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잇따른 택배기사 과로사로 촉발됐다. 이날 기준 택배연대가 자체 집계한 과로사 택배기사는 7명, 이외에 사고로 숨진 택배기사 2명이 있다. 매달 1명의 택배기사가 과로 또는 사고로 생명을 잃는 상황이다. 택배기사(4~5만명 추정) 중 산재보험에 가입된 인원은 7000명에 그치는 점을 볼 때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택배기사, 그들은 왜 '분류거부' 카드를 꺼냈나?
▲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창고. 사진=뉴시스

때문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상품 분류작업 중단'이란 카드를 꺼냈다. 하루 13시간~16시간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생겨나고, 과로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은 이 분류 과정 프로세스의 취약함에서 온다는 판단에서다.

택배연대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평균적으로 새벽 6시~7시에 물류터미널로 출근한다. 출근 터미널에서는 상차할 물품들을 선별(분류작업)하고, 이를 차에 싣는 과정(상차)이 이뤄진다. 이 과정이 완료되는 시점은 보통 오후 1~2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분류 후 차량 상차가 완료되는 시간이 오후 5시까지 미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상차 이후 배송이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야간배송, 혹은 새벽배송을 해야 택배기사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는 구조가 됐다.

택배연대 관계자는 "상품 분류에 소요되는 시간이 늦어진다면 그만큼 배송할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5시에 상차를 완료하고, 이를 6시 이후 배송하기에 일부 택배기사들은 오후 10시~12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전했다.

▲ 사진=뉴시스

이들이 작업 거부에 나선 이유는 또 있다. 올해 추석 이후 택배기사들이 처리해야 할 물량이 사상 최대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적으로 택배업계 물류 성수기는 9~11월 시즌이다. 추석이 끝나고 쌀, 김장, 농수산물 물류가 급격히 늘고, 이에 더해 연말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1년중 가장 물량 많아지는 시기다. 코로나19로 택배 처리 물량이 30% 이상 늘어난 시점에서 성수기 물량 폭발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택배연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다간 다죽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물량이 늘었다"라며 "택배사들이 유례없는 호황에도 인력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고, 이에 과로사 무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생존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택배연대는 이번 행위가 '분류거부'일 뿐 '배송거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 자기 차에 택배노동자에 짐을 싣는 과정은 택배기사들이 담당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제품 스캔, 코드 찍기, 짐을 싣는 것 모두 우리의 영역이고 거부는 물류 허브에서 이뤄지는 일부 프로세스"라고 했다.

▲ 사진=뉴시스
물류대란 일어날까?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 총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4358명이다. 이중 4160명(95.5%)이 찬성하면서 21일부터 시행되는 작업 거부가 현실화됐다.

하지만, 총 참여자 4358명은 전체 택배 물류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택배운송노조' '우체국 노조' 등 두 개 노동조합이 가입됐다.

택배운송노조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택배 등 기업 관련 택배기사들의 모임이고, 가입자 수는 약 1000여명 수준이다. 나머지 3000여명은 우체국 택배 물량을 담당하는 우정본부산하 노조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민간 택배사 인력은 약 1000여명, 4~5만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택배기사 수로 본다면 2~2.5%에 불과하다. 다만 작업에 나서지 않는 택배기사들의 생산성, 이들이 다른 물류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 물류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조심스럽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인원이 많지 않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에 각 사들은 추석 연휴 작업을 수행할 직영기사를 모집하고 있고, 터미널 근무 인력을 늘리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계자는 “아직 참여인력 및 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특수기에 대비해 집중적으로 배송기사를 충원하고 있고, 터미널 작업 인력 증원, 터미널 추가 확보, 시설장비점검 등을 통하여 상품이 지연되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덕호 기자  |  pado@econovill.com  |  승인 2020.09.17  17: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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