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8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이 마지막 퍼즐로 꼽히고 있다. 

상황은 복잡하다. 두산건설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인프라코어의 매각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선뜻 내놓기 어려운 알짜 자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인프라코어의 매각 여부에 따라 두산 구조조정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두산그룹, 인프라코어 매각 두고 복잡한 속내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오는 22일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두산그룹은 인프라코어 지분 36.27% 가치로 1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각전영업이익(EBIT) 5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하면 1조원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예비입찰인 만큼 본입찰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예비입찰 후 적격 인수 후보자를 선정하고 실사를 거쳐야만 비로소 본입찰 단계가 시작된다는 점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비입찰은 제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가격과 재원을 마련할 방식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수준으로 구속력이 없다”며 “계약서 등을 제출하는 본입찰 계획이 나와 봐야 그때부터 실제 매각 여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둘러싼 두산그룹의 속내는 복잡하다. 인프라코어가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캐쉬카우라는 점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연결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 1조9757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48.1% 줄어든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글로벌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는다. 두산중공업의 전체 실적을 끌고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프라코어의 견고한 영업이익률만 봐도 알 수 있다. 2016년 8.6%였던 인프라코어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2017년 10%, 2018년 10.9%, 2019년 10.2%를 기록했다. 

해외에서의 시장지위와 브랜드 인지도 등도 탄탄한 편이다. 중국공정기계협회(CCMA)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기업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2015년 12.9%에서 올 상반기 23%로 꾸준히 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팔기 아까운 알짜배기라는 말이다. 

이 같은 심경을 대변하듯 두산그룹도 인프라코어 매각과 관련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일 두산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 출처=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성사되도 쉽지 않을 것”… 자구안 연내 넘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두산건설 매각이 무산되면서 인프라코어 매각 필요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그룹의 인프라코어 매각은 자구안 이행에 따른 것이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지원을 받으며 연말까지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클럽모우CC 골프장을 시작으로 네오플럭스까지 단번에 매각에 성공하며 채권단 조기졸업 기대감을 높여왔다.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매각까지 순탄하게 추진되던 두산그룹의 자구안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한차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두산건설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최근 두산중공업과 대우산업개발은 두산건설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매각 금액에 대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해 수포로 돌아갔다. 두산중공업은 2000억~3000억원을, 대우산업개발은 이보다 절반 이상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매각할 경우 단번에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1조원 유상증자를 포함해 2조원 안팎의 금액을 마련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프라코어의 실제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빠른 시일 내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의 복잡한 속내는 차처하더라도 각종 리스크가 산재해 있어서다. 이에 두산의 3조원 자구안 마련이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밥캣 분리 매각에 따라 매물로서의 매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 투자회사로 분리한 후 사업회사만 분리 매각하는 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실적 모범생인 밥캣은 인프라코어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밥캣을 매각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인프라코어 가치가 대폭 줄어든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매각과 관련해 진행 중인 7196억원 소송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현재 1심에선 두산이 승소했지만 2심에선 재무적투자자(FI) 들이 승소한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 여부에 따라 매매대금과 각종 이자 등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인수자가 떠안아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인수금액 대비 소송리스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가가 상승하면서 예상 인수금액이 상승한 점도 매각 성사 시일을 늦출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16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10원(1.38%)내린 7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연저점인 2500원과 비교할 경우 여전히 5340원 높은 수준이다. 매각 추진 기대감에 지난 6월 16일과 17일에는 52주 신고가를 이틀 연속 갈아치웠으며, 이어 지난달 7일에도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 말 기준 차입금이 2조162억원으로 과도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상반기 영업익 1543억의 13배가 넘는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대략 10배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코어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밥캣의 매각 등 현금화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채권단이 두산그룹에 3년간 상환 기한을 넓혀 준 만큼 자산 유동화 등이 우선 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본다. 섣불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팔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