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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RM 인수, 다자간 이해관계의 ‘교집합’퍼즐처럼 딱 들어맞은 ‘모두’의 입장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13일(현지시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에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한다고 공표했다. ARM의 인수합병 계약은 단편적으로는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 사이의 ‘큰 거래’다. 그러나 이 거래의 배경에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과 나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기록된 이번 협의의 성사는 ARM을 둘러싼 각 주체의 뚜렷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상황이 급했던 것은 ARM의 매각 주체인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는 전도유망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기금인 비전펀드를 통해 전 세계 88개 스타트업에 750억달러(약 89조585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위워크·우버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된 소프트뱅크는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 1일~2020년 3월 31일) 기준 1조3646억엔(약 15조원)의 연결 영업적자를 기록한다. 이는 단일 기업이 기록한 일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일련의 투자 실패에 대한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손 회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소프트뱅크가 구상 중인 대안들에서 잘 나타난다. 그 중 가장 의미가 있는 두 가지 측면의 대안은 일정 수준 성과를 내지 못한 투자 자산들의 처분 그리고 상장 폐지를 통한 소프트뱅크의 기업 비공개 전환 검토다.

▲ 2019 회계연도의 충격적인 실적일 발표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슬라이드 화면에 쓰인 '적자(赤字)'가 눈에 띈다. 출처= 뉴시스

2016년 243억 파운드(약 38조원)에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ARM의 매각은 전자의 관점에서 추진됐다. 아울러 현재 소프트뱅크는 직접적 사업 운영 주체가 아닌 투자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시가총액 1150억달러(약 136조5050억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상장폐지가 이뤄지면 가뜩이나 코로나 악재로 상황이 어려운 일본 증시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단기간 내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엔비디아는 2017년 글로벌 암호화폐 신드롬으로 인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 증가의 특수 이후 한동안 성장의 정체를 겪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확산된 ‘언택트’ 트렌드로 인해 다시 GPU의 수요가 늘면서 성장의 궤도에 다시 올랐다. 일련의 경험으로 엔비디아는 특정 이슈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GPU의 특유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대응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마트폰 AP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ARM은 엔비디아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이었다. 이에,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와 최소 337억달러(약 40조원) 이상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인수협상을 위해 소프트뱅크를 테이블에 앉힌다. 결국 ARM은 4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라는 기록적인 액수로 엔비디아의 품에 안긴다.

이러한 변화들 일어나는 가운데, 나름 유력한 인수 후보로 여겨졌으나 유독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강조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삼성전자였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진행되는 180조원대의 투자,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여러 가지 시도 등 최근 행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에게도 ARM의 확보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ARM의 인수 혹은 일부 지분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마주한 여러 위기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ARM의 인수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 삼성전자가 지난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세계최대규모 반도체 공장 평택 2라인. 출처= 삼성전자

미-중 분쟁의 격화로 인한 수요 감소의 리스크, 국내를 중심으로 약 18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미 진행된 현재 상황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불안한 입지를 고려하면 최소 40조원 이상에서 시작할 인수협상은 어마어마한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는 대신 IBM·엔비디아·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는 쪽으로 노선을 정한다. 이러한 우회적 대응은 삼성전자가 퀄컴 X60·스냅드래곤 875, 미국 IBM의 서버용 CPU ‘파워10’, 엔비디아의 신형 GPU의 생산 수주를 따내는 밑거름이 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ARM의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애플은 최근 CPU(컴퓨터 중앙 처리장치)에 이어 GPU의 자체 생산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무리해서 ARM의 인수전에 뛰어들 이유는 없었다.

▲ ARM의 인수를 공표한 엔비디아의 트위터. 출처= 엔비디아 공식 트위터 계정

이러한 이해관계의 교집합이 만들어낸 결론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GPU에 있어 독보적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에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ARM의 합병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 입수합병은 엔비디아에게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간 철저하게 ‘반도체 설계’에만 사업을 국한했기에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둔 ARM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갖춘 엔비디아와 한 지붕으로 묶였다. ARM은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삼성전자·퀄컴·애플 등 ‘큰 손’ 고객사들과 경쟁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결코 엔비디아에게 호재는 아니다. 새로운 ‘반도체 공룡’의 등장 예고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는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20.09.14  20: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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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결국 됐군요...
(2020-09-14 22: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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