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80살이 된 것 같아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장애, 몸살, 탈모, 고열, 설사, 불면증 등 지금까지 보고된 증상만 16여 종에 이른다. 환자마다 증상이나 빈도 및 강도가 달라 명확한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완치 이후에도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롱테일 코로나'가 새로운 공포로 군림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출처=질병관리본부

완치 후 2달여간 후유증 겪어

관련 학계도 일반 호흡기 질환과 달리 바이러스가 장기간 잔존하는 '롱테일 코로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의료진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였다가 회복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 심장, 혈액 등에 대한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약 90%에 달하는 환자들이 완치 후 2달여간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코로나19에 완치됐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3개 이상의 증상을 앓았다고 호소했다.

베르가모 의료진은 코로나19 후유증이 환자마다 다르지만 신체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유증을 호소한 750명의 완치자 중 약 30%는 호흡장애 등 폐에 이상을 느꼈고 또 다른 30%는 심장 이상이나 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 질환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54세의 한 여성은 "계단을 오르면 숨을 헐떡일 정도로 호흡 장애를 겪고 있다"며 "나 자신이 80세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다리 통증, 단기 기억상실, 탈모, 우울증, 심한 피로 등 다양한 후유증이 보고됐다.

베르가모는 인구 약 12만 명의 중소형 도시지만 지난 3월 한 달 동안 4500여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면서 극심한 인명 피해에 시달렸다. 이후 이 지역은 이동제한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통해 감염병 피해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후유증이란 또 다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베르가모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상륙한 모든 피해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더욱 키운다.

폐뿐만 아니라 심장과 뇌에도 큰 손상

전문가들은 원인불명의 후유증 사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벤자민 아브라모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럴만의과대학(펜 메디슨) 교수는 "환자가 코로나19에 회복해 병원을 떠나도 문제가 즉시 끝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완치 후 각종 후유증이 지속된다면 환자의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란드 백신연구그룹 책임자는 "코로나19가 감염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고령자나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지속적으로 코로나19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는 폐, 심장, 뇌를 손상시켜 장기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란드 백신연구그룹 책임자. 출처=유튜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폐에 영향을 주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폐뿐만 아니라 심장과 뇌 등에도 심각한 손상을 일으켜 각종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코로나19에 영향을 받는 기관은 심장과 폐, 뇌 등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심장은 근육조직에, 폐는 폐포에 각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근육조직이 손상된 심장은 심부전과 심장 합병증 등의 위험성을 높인다. 또 폐포의 손상은 장기적인 호흡 곤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는 신경세포에 손상이 생기는 급성 마비질환인 길랑바레(Guillain-Barre) 증후군과 파킨슨 병, 알츠하이머 병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그레고리 폴란드는 이 같은 후유증의 발생 원인으로 혈관 연관성을 꼽았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혈액 세포가 응집돼 혈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큰 혈전은 심장 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심장 손상의 대부분은 심장 근육의 모세 혈관을 차단하는 아주 작은 혈전에서 비롯됐다"면서 "코로나19는 혈관을 약화시켜 간과 신장에 잠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