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 의견’ 확정으로 삼성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현재 삼성은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큰 사업들, 미-중 분쟁 격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 감소 전망, 총수의 부재 가능성 등 안팎으로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렇듯 불안한 상황 가운데서도 삼성은 동요하지 않고 꾸준하게 가던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의 전자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가 예고된 가운데, 두 나라의 갈등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반영된 반도체 제품의 화웨이 공급을 사실상 봉쇄했다. 사전 승인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한적 공급을 허가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나, 현재 두 나라의 긴장관계를 감안하면 미국이 승인을 해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문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 반도체의 중요한 고객이라는 점이다. 

▲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 생산현장을 점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3.2%를 기록했다. 3%대 비중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약 7조3700억원이다. 삼성전자에게 있어 미국의 제재는 연간 7조원대 매출을 올려주는 고객사와의 거래가 끊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수요 감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 상무부 측에 특별 수출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승인 여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주도 아래 지난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하고 있다. ‘3년 간 180조원 투자’를 표방한 삼성의 계획은 현재 목표한 수준에 거의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은 국내 투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주요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내외의 복잡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사회공헌, 국내 내수경기 활성화 참여 등을 이전과 동일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대한 지원, 수해복구 작업 지원과 성금 전달로 ‘삼성 스케일’의 사회공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코로나 확산으로 침체된 국내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협력사에 대한 지불 대금의 기한을 예년보다 약 일주일 앞당겨 추석을 앞둔 각 협력사들의 원활한 현금흐름을 지원했다. 또 삼성전자 등 주요 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특허를 무료로 개방해 이를 협력사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지난 9일 예정없이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깜짝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이 각 사업장의 현황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현장 경영’도 다시 시작됐다. 지난 9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세트부문 사장단과 전략 회의를 가진 직후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 현장을 방문했다. 이는 본래 이 부회장의 일정으로 예정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매장을 방문해 프리미엄 가전 체험 공간인 ‘데이코 하우스’의 빌트인 가전제품들을 살펴본 후, 각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 현장 책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전자 부산사업장 등 등 주요 사업장 직접 방문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의 두 차례 회동 등으로 이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본인이 직접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의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검찰의 기소의견이 확정되기 전 한 달 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삼성은 다양한 방면의 위기 상황 가운데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그간 지속해 온 많은 것들을 그대로 실행에 옮겨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거처와 관련된 문제와 회사가 고수해 온 경영 원칙의 철저한 이원화를 통한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가운데 재계가 국내 투자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