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올해도 예외없이 가격인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식품업계가 단행한 가격인상은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매년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가격인상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족’이 크게 늘면서 유독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품목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한 품목은 즉석밥부터 김치, 과자, 아이스크림, 젤리, 초콜릿 등 밥부터 디저트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오뚜기(007310)는 지난 1일부터 ‘즉석밥’ 3종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2017년 11월 이후 3년만의 인상이다. 오뚜기 측은 쌀 가격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쌀가격은 2018년 kg당 35%, 지난해에는 kg당 27.7%으로 급등한 상황이다.

지난 2년간 CJ제일제당(097950)이 햇반 가격을 올린 것이 이 같은 현실을 입증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3월 햇반가격을 7% 인상한데 이어 지난해 2월에도 9%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즉석밥은 코로나19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외식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필수품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대표 반찬인 김치 가격도 올랐다. 지난 5월 대상(001680) 종가집은 ‘시원깔끔포기김치’(3.3㎏) 가격을 기존 2만7900원에서 2만9500원으로 1600원(5.7%) 상승했고, CJ제일제당도 비슷한 시기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 가격을 2만8900원에서 2만9800원으로 900원(3%) 인상했다. 밥에다 김치만 사먹어도 지갑에 부담된다는 최근 소비자들의 말들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로 마주한 셈이다.

달콤한 디저트까지 가격 인상...'확찐자'들의 비자발적 다이어트 플랜 가동 시작

올해 인상품목 중 눈에 띄는 것으로는 과자와 탄산음료, 캔디, 젤리, 초콜릿 등 간식류가 있다. 이들 제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야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평상시 구매하지 않던 소비자들도 '코로나 블루' 탈피를 위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단음식 군것질'이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최근 롯데제과(280360)는 ‘목캔디’와 ‘찰떡파이’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앞서 지난 7월 나뚜루 파인트와 컵 아이스크림 가격 역시 평균 10.5% 올린바 있다. 롯데칠성음료(005300)도 지난 2월 음료와 생수 가격을 최대 20% 올렸다. 밀키스, 핫식스, 사각사각 꿀배는 모두 200원씩 트레비와 아이시스8.0은 100원을 올렸다.

곰돌이 젤리로 유명한 ‘하리보’ 편의점 가격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됐다. 초콜릿도 7월 들어 가격이 인상됐다. 한국마즈가 판매하는 초콜릿 제품 트윅스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스니커즈 헤이즐넛싱글은 1700원에서 1900원으로 가격이 각각 올랐다.

여름철 간식류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운 여름철 빙과류를 제외한 캔디, 초콜릿 등의 매출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이 많아지자 답답해서 목캔디를 찾게 되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초콜릿이나 젤리 등 스트레스 풀이용의 제품을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여·23)는 “평상시 군것질과를 거리가 멀었는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끼니를 대충 때우고 있다”며 “대부분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나보디 책상 옆에 젤리와 초콜릿, 과자 등을 쌓아두고 먹고 있다. 외출이 제한되니,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달달한 군것질이 자꾸 생각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원 등원을 잠시 멈추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주부 김모씨(여·35)도 최근 군것질 구매가 늘어난 사례자 중 한명이다. 김모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 유치원에서 간식시간 마다 따로 간식을 챙겨주기 때문에 집에서 이렇게까지 과자나 디저트를 챙겨줄 일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집에서 시간마다 매일 챙겨주고 있어서 매주 장을 보러 가면 과자나 파이 같은 아이 간식부터 산다”고 말했다.

2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강모씨(남·29)는 “재택근무가 길어지다 보니 일과 집안의 활동이 구분되지 않아 출근할 때 보다 기력이 쳐지고 졸릴 때가 많다”면서 “잠을 깨기 위해평상시 회사에서도 먹지 않던 에너지 드링크나 탄산음료를 박스로 주문해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빵·통조림 등도 가격 인상 대열 합류 예고..."얇아진 지갑 더 닫힌다"

아직 가격이 인상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도 있다. 우선 우유 원유가격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동결됐지만 내년 8월부터 리터당 21원이 오를 예정이다. 원유 가격은 현재 기본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인상된다.

이에 내년부터는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와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제품의 가격 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물류비 등 부수적인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통조림 품목도 가격 인상이 전망된다. 특히 참치 통조림의 수요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증가했다. 물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공급에 차질도 생겼다. 가격이 저렴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대표 통조림 브랜드 동원F&B(049770)는 지난 2017년 1월 평균 5.1% 인상한 것을 마지막으로 가격 변동이 없는 상태다. 3년에 한 번씩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결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이었으면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했던 품목들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소비 품목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국내 경제가 멈춰있는 상황 속 수요가 많이 증가한 품목 위주로 오른 가격은 당연히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