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현금을 끌어모으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건설 시장의 불확실성도 지속되면서다. 현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기 전에 자금 경색을 대비하는 한편,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 현금성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멈추기 전에 채우자...10대 건설사 현금성 자산 10% 늘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하 현금성 자산)이 지난분기보다 약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 자산이 풍부한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대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감행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분기보다 30% 증가한 3조2860억원이다. 여기에 굵직한 회사채 발행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월 3000억원에 이어 이달에도 4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도 1000억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현금 확보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이 21% 증가해 3조2860억원으로 불어났다. 1년내 만기일이 도래하는 회사채가 3500억원을 상회하지만, 차환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현금 상환 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던 HDC현대산업개발도 현금성 자산을 6219억원으로 70% 확대하고, 여기에 단기금융상품을 작년말보다 1조원 가량 많은 1조6057억원으로 늘리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건설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1조4000억원 규모까지 늘리는 중이다. 포스코건설과 GS건설도 7~8%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금성 자산이 감소한 건설사도 있다. 대림산업은 현금성 자산은 7% 감소한 2조3600억원으로, 이달 중순 1620억원에 이어 내년 상반기 2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가기 도래한다. 1년래 17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된 롯데건설의 경우 현금성 자산은 30% 이상 감소한 5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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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현금 확보 환경이 악화하기 전에, 건설사들이 미리 자산 확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몰두하고 있는 신사업 확보에는 실탄(현금)이 뒷받침해야 하는데, 자금 조달이 가능한 회사채 시장은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이서다. 또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제때 차환하지 못하면 단기차입금이나 현금이 대신 소모돼 자금이 경색될 가능성도 커진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으로)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보니, 회사채 차환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회사채 차환이 되지 않으면 자금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경우를 대비해 현금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전반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자 힘쓰고 있다"면서 "(예컨대) 한국판 뉴딜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부가 대는 자금이 있고, 공모형으로 펀드로 조성하는게 있고, 그 다음에 민자사업으로 많이 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자금 확보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