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아시아나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1년 가까이 진행돼오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아시아나항공 긴급수혈에 나섬과 동시에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방만 경영 해소와 부채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0개월만에 어긋난 아시아나항공 매각

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번주 중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수자인 HDC현산에 M&A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주 초 예정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후, 금호산업의 계약 해지 통보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상이 맞아떨어질 경우 아시아나항공 M&A는 10개월만에 결국 막을 내리게 된다. HDC현산은 지난해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청사진을 그리며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 뛰어들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입찰에서는 당시 경쟁사였던 애경그룹보다 1조원 가량 높은 금액을 베팅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그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12월에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도 선정했다. 하지만 길어지는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백기를 들고 말았다. 예상보다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환경이 HDC현산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채권단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플랜B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랜B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약 2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지원 등이 유력하다. 채권단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은 금호산업(지분율 30.79%) 대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지분율 약 37%)가 된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12월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박삼구 전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9년 12월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밟은 바 있다. 이후 회사는 5년 만에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채권단의 관리가 본격화되면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같은 아시아나항공의 조직 개편 작업이 불가피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고 백신도 개발되지 않는 등 업황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같은 빚더미 폭탄을 끌어안을 기업이 누가 있겠냐”며 “업황이 개선 전까지 채권단이 조직 슬림화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 사업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경영 악화로 현재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삼구 전 회장의 부실 경영과 함께 코로나19 등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339억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총계는 올 2분기 4880억원으로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총차입금도 7조8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387%에서 2291%로 무려 904%p 증가했다. 이마저도 1분기 6280%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각종 비용을 줄이고 채권단으로부터 영구채 인수방식으로 30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은 덕이다. 

아시아나항공 순차입금 비율은 전년 말 795%에서 1441%로 상승했으며, 자본짐식률도 지난해 말 18.62%에서 올 2분기 49.8%로 급격히 증가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도 2조7000억원이나 된다.

▲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금호티앤아이·금호리조트 정리 가능성 솔솔… 에어부산·에어서울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돈이 새어나가는 구멍을 막는 게 시급하다. 채권단이 사업구조 재편에 과감한 메스를 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총 26개의 종속기업을 갖고 있다. 주요 기업으로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2곳과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등 항공업 관련 법인 4곳이다. 이 밖에 금호리조트(관광숙박 및 골프)와 금호티엔아이(고속버스운송업) 등도 소유 중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련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단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속버스 운행사업으로 분류되는 금호티앤아이와 리조트사업을 영위중인 금호리조트는 정리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금호산업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금호티앤아이는 금호속리산고속, 케이브이아이, 금호전남고속관광의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그리고 금호리조트의 지분 48.8%를 보유하면서 사실상 리조트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당장의 상황은 좋지 않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매해 매출은 안정적인 편이다.

여기에 금호리조트는 국내 골프장(용인 아시아나 CC) 1곳과 휴양콘도미니엄 4곳, 워터파크 1곳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는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 리조트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만 2000억원 이상이다. 부동산인 만큼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앞서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도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호텔 처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금호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낸다는 상징적 의미도 가질 수 있다. 금호티앤아이는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고속을 지주회사로 세우는 등 그룹을 재건할 당시 외부 투자금을 금호고속으로 몰아주는 창구 역할을 한 회사다. 2017년 전환사채(CB) 발행 이후 금호속리산고속 등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금호고속으로 흘러들어간 돈만 460억원에 달한다.

올 6월에는 CB 상환으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에 부담을 전가하기도 했다. 당시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는 금호산업과 함께 금호티앤아이에 500억원을 빚 상환 자금을 대여 해준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3곳이 지원한 금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항공사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합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격적인 노후 기재 반납과 비수익 운수권 추가 반납 등으로 기초체력을 확보한 후 합병하는 방식이다. 에어서울의 상황이 바람앞의 등불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에어서울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비수익 노선을 묶어 별도로 설립됐다. 그러나 에어서울은 이후 해마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운영돼 왔다. 2016년부터 3년간 자본잠식률을 보면 2016년 69.15%, 2017년 47.65%, 2018년 63.42%로 집계됐다. 결국 지난해에는 매출액 2335억원을 기록했지만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자본잠식률 117%을 기록,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의 금전대여에만 의존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 6월에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영자금 30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상화 후 분리매각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신용도가 한 단계만 하락해도 자산유동화증권(ABS) 트리거가 발동돼 당장 7000억원을 상환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재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채권단이 거의 모든 사업을 재건하는 수준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