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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의 실전기업법무] 산업은행 발(發) ‘임금피크제’ 무효소송, 금융권 전체로 번지나?

산업은행에서 시작된 ‘임금피크제’ 소송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란 만 55 ~ 57세 사이의 직원들에게 정년인 60세까지 해마다 연봉을 일정 비율로 줄이는 제도로 고용주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은 줄이면서 청년 신규 채용은 늘리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정년에 이르지 않아도 ‘명예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직원들 중에는 조기에 퇴직을 하여 실직 상태로 있는 것보다는 급여를 줄이더라도 정년 때까지 고용 상태로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정년을 목전에 둔 금융권 중장년 연합노조인 ‘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50+금융노조)’가 출범하면서 ‘임금피크제’ 자체가 무효임 주장하며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받지 못했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물꼬를 튼 것은 지난해 4월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였지만, 뒤이어 기업은행 시니어 노조가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는 국민은행, 씨티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등 50+금융노조 소속 직원들 역시 소송을 검토 중이거나 참여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2019년 대법원 판결, 줄 잇는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의 기폭제가 되었다.

사실 지난해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가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며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할 당시만 하더라도 시니어 노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적인 견해였다. 당시 ‘임금피크제’는 2015년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에 따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에 포함시킨 것이었는데, 이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 따라 같은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근로자에 대해서도 같은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론이었기 때문이다(제35조). 그러나 대법원이 2019년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더라도 근로자의 개별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다면, 그 근로계약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이하 대상판결).” 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되었다.

지난해 11월 공공운수노조·철도노조 등 철도 노동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현장 인력 충원, 임금피크제 폐지, 정부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대상판결에 따르면, 골프장, 스키장 등을 운영하는 A회사는 2014년 회사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 정년이 2년 미만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기준 연봉의 60%, 정년이 1년 미만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기준 연봉의 40%를 지급하는 것으로 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이에 정년을 앞두고 있으나,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것을 거부한 직원 B가 A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받지 못한 차액 상당의 임금 청구를 하였고, 대법원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 변경한 취업규칙’을 우선시 한 2심까지의 판단을 깨고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을 우선시 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만약 이 같은 판결이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 등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50+금융노조와 같이 정년을 앞두고 있으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는 금융권 종사자들은 누구라도 기존 임금과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줄어든 임금 간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 ‘임금피크제’, 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도입하여야 하나?

대상 판결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 판결 형식에 의하지 않고 기존까지 유지되어 오던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뒤집은 것이어서 향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 대법원 판례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어쨌든 ‘임금피크제’를 이미 도입하였거나 도입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상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임금피크제’를 재정비 혹은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기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취업규칙에 도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개별적으로 각 근로자와의 협의를 통해 근로계약도 변경해야 한다. 만약 개별적으로 각 근로자와 협의를 하여 근로계약 상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취업규칙에 도입하되, 그것이 개별적으로 체결한 각 근로자와의 근로계약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임금 감소분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정년을 늘려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근로자의 개별 근로계약 상에 ‘임금피크제’를 포함하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어렵다면, 취업규칙 상 ‘임금피크제’ 도입의 불이익을 상쇄시킬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추가하여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개별 근로계약이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소송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임금피크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9.04  17: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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