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LG 경영진의 제안에 따라 LG유플러스의 자문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연속
시민사회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그는 정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주로 미디어 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방송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에서 지역구 선거에 나서 고배를 마신 후 별안간 대기업인 LG로, 그것도 20대 국회 당시 피감기관이던 LG유플러스로 지난달 말 자리를 옮기자 사람들은 적잖이 동요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랫동안 대기업에 맞서 노동 및 방송 공공성 투쟁을 해오던 그가 대기업으로 갔다는 사실에 많은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초반 정의당 및 시민사회단체는 추 전 의원의 LG행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추 전 의원의 LG유플러스 행 5일만에 포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4일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정의당 상무위원회는 추 전 의원이 최근 LG유플러스 자문을 맡은 것과 관련해 정의당이 견지해온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면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던 추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피감기관에 취업하는 것은 재벌기업을 감시해왔던 정의당 의원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보았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도 "당의 기반을 흔드는 행위"라 비판했으며 정의당 권영국 노동본부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추 전 의원의 행보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추 전 의원이 한 때 사무처장으로 몸 담았던 언론개혁시민연대도 4일 비판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언론연대는 "추 전 의원의 LG행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추 전 의원은 국회에서 통신기업을 감시하고, 유료방송사업자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의정활동을 펼쳤다. 통신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앞장섰다. 이는 진보정당을 넘어, 더 많은 국회의원으로 확산돼야 한다. 그러나 추 전 의원이 LG행을 택하면서 이런 의정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게 됐다. 시민의 신뢰를 잃고, 진보 정치와 미디어운동의 미래 가치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운동의 가치
몇년 전 언론연대와의 이런저런 인연으로 추 전 의원을 간혹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의 치킨집 사이에 박혀있는 오래되고 낮은 건물에 언론연대 사무실이 있었고, 그 곳에서 언론연대 활동가 및 미디어 운동가들의 운영회의가 열릴 때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추혜선 전 의원, 아니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 운동가들 사이에서 잔다르크 같은 존재였습니다. 간혹 지나치게 정무적인 판단을 중심으로 현안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을 피하지 않아 소소한 잡음(?)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또 냉정할 때는 지나치게 냉정한 처신을 보여 누군가의 아쉬움을 사기는 했지만 최소한 미디어 공공성과 관련된 열정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런 추 사무처장이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 기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추 전 의원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고, 특히 노동운동과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비록 정의당 내부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보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추 전 의원이 지향했던 가치는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 전 의원이 LG유플러스로 직을 옮기자 많은 이들이 허탈해하는 것 같습니다. '재벌'이라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지만, 보기에 따라 진보 미디어 노동 운동가가 재벌가의 힘에 굴복한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기업의 나쁜 관행을 답습했다는 지적도 따라옵니다. "전직 의원이나 보좌진들을 영입하여 자사 이익에 활용하는 재벌대기업의 나쁜 관행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는 언론연대의 주장에 설득력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다만 추 전 의원이 LG유플러스로 적을 옮기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LG의 노동활동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고 언급한 대목에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년간 미디어 업계의 공공성과 노동운동을 위해 헌신한 그가, 실제 기업으로 이동해 지금까지 구상에만 머물렀던 다양한 로드맵을 현실로 펼쳐보인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행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면성이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대의 편린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오랫동안 진보 미디어 노동운동을 힘있게 펼쳐온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고, 본인 스스로도 지금의 결단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천천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이 '트위터 파동'으로 갑자기 해촉된 사태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그 때 언론연대 사무실서 특별위원과 추 전 의원이 만났고, 당시 해촉된 위원은 자신이 당한 부당한 처사에 대해 언론연대가 침묵을 지키며 사실상 비판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추 전 의원은 묵묵히 그 문제제기를 듣고 있었고요.

시간이 흘러 2020년, 당시 언론연대가 해촉된 특별위원에 대한 침묵으로 사실상의 비판대열에 합류한 것처럼 이번에는 추 전 의원의 친정인 언론연대가 추 전 의원에 대한 비판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트위터 파동 당시 등 떠밀리듯 침묵을 지켰던 언론연대가, 지금도 등 떠밀리듯 소위 정의구현에 나섰다고 본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요? 

현재 추 전 의원은 전화기를 꺼두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추 전 의원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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