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최근 증권가에서 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3사에 대한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해 눈길이 쏠린다.

해당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하며 에너지 업계에서 낭중지추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활로는 각양각색이다. LG화학(051910)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1위 업체로서의 건재한 입지에 석유화학 사업의 호황까지 더하며 '완전체'로 발돋움 중이고, 한화솔루션(009830)은 수소와 태양광을 양 날개로 달아 신·재생 에너지의 중추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용 위생 장갑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수혜를 봤던 금호석화(011780)는 원가 하락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LG화학, 배터리와 석유화학의 "아름다운 하모니"
▲ 출처=LG화학

글로벌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1위 업체의 입지를 굳혀 가는 LG화학의 목표 주가는 최근 100만원을 훌쩍 넘어 105만원까지 제시되는 등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3월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하이브리드카(HEV) 배터리 사용량 1위에 오른 뒤 5개월째 '장기 집권'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22일로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관련 이슈들이 LG화학 주가에 변동성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미국 테슬라는 중국 CATL과 함께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원가 절감 및 중국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중국산 배터리 탑재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자체 개발 배터리 발표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 투자 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3일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2차 전지 기업들의 주가에는 이로 인한 영향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 업계는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모습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데이의 이슈들이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나, 투자 심리에는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 CATL의 저가 공세가 위협적이기는 해도, LG화학의 입지를 축소시킬 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CATL의 LFP 배터리는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 중인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배터리에 비해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으나, 결정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전기차 주행 거리를 늘리기 어렵다. 결국 테슬라는 주행 거리 요구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를 채택하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LG화학 등의 에너지 용량이 큰 배터리를 주력으로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현 연구원은 "LFP 배터리가 LG화학의 NCM712 배터리와 성능·가격 면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에 이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현재 주류인 '하이니켈(high-nickel)' 배터리 중심의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배터리 소재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기술적 진보의 누적 효과로 NCM 중심의 배터리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도 당장 걱정할 만한 위협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이미 배터리 업체들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전기차 업체 입장에서는 현 단계에서 배터리 시장에 진입 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며 "더구나 테슬라는 아직 배터리 셀 양산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 의지를 강력히 드러낼 수록 LG화학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의 경우 만약 테슬라용 배터리 공급량이 줄어들더라도, 이 외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안정성으로 꼽힌다. 올 하반기부터는 LG화학이 독점적으로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있는 독일 폭스바겐의 'ID 3' 출하가 시작된다. 김 연구원은 "LG화학은 이미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 법인 3개를 설립했다"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기술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산업의 과점화 양상도 LG화학에 유리한 조건이다. 앞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손창우 수석 연구원은 지난달 14일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간, "향후 배터리 산업은 기술력과 점유율, 규모의 경제 등을 고루 갖춘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과점 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과점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며, 따라서 경쟁의 강도는 오히려 약해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배터리 시장 내 경쟁의 강도는 낮아지고, 과점화는 심화될 것"이라면서 "경쟁사들이 현재까지 예정된 생산 기지의 증설을 마무리하고 배터리 생산 능력을 늘려도 LG화학의 캐파(생산 설비 용량)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 가능성도 주가 상승 재료가 됐다. 최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상장하는 방안을 재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LG화학은 한창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어 배터리 사업의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적기이며, 이에 따라 신설 법인에 대한 막대한 투자 자금 또한 끌어모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LG화학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몇 년 전부터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분사 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가동 등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된 바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해당 논의는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분기 배터리 사업 부문이 흑자 전환 해 본격적인 수익을 예고한 만큼 분사설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는) 언제 이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부에서도 고부가 합성 수지인 아크릴로부타디엔스티렌(ABS)의 기록적인 강세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ABS 가격 및 마진은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안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은 주요 소재인 폴리염화비닐(PVC)·ABS 등의 수요 증가세로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며 "ABS 수요는 2분기부터 중국에서 헬멧 수요와 에어컨 등 가전 소비가 늘어나고, 자동차 산업의 회복세까지 더해지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코로나19에 따른) 우려보다 강하다"며 "석유화학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ABS와 폴리스트렌(PS)의 호조가 눈에 띄는데, 특히 ABS 마진은 10년래 최고치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매출의 15%인 폴리염화비닐(PVC)은 미국 주택시장 호조와 유럽과 인도 등의 건설경기 회복으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한화솔루션, "Green is the new black"

한화솔루션은 연일 52주 신고가 행진을 벌이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지내고 있다. 지난 3일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68% 상승했다.

한화솔루션은 수소·태양광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최근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이뤄지면서 그린 에너지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면서,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2035년까지 약 2조달러(약 2400조원)를 투자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며, 여기에는 태양광 모듈을 미국 전역에 5억개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에서 '그린 뉴딜'을 양대 축 가운데 하나로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 친환경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이 탄력 받는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은 지난 1·2분기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관련 '락다운'에 따라 태양광 모듈의 수요 위축 및 평균 판매 가격(ASP) 하락으로 영업 이익이 급감했으나, 3분기부터는 태양광 설비 출하량 확대 및 원재료 가격 하락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태양광 시장 중 하나인 인도의 내수가 개선되고 있고,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여천NCC 등 관계사들의 안정적 수익성이 예상된다는 점이 청신호로 읽힌다. 또한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인 한화큐셀의 사업 확장도 성장세를 견인할 요소로 꼽힌다.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공급 업체인 한화큐셀은 올해 들어 단순한 제조·판매 차원에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발전·에너지 판매 등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은 큰 폭 성장해 전체적 실적을 견인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실적 기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판단했다.

한편 한화솔루션의 수소 사업 경우 2022년에야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역시 하반기 주가를 지지할 막대한 자산 가치로 분류된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에서 고효율 수전해(전기 분해를 통해 물에서 수소를 얻는 방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에너지 공급과 수소 저장·유통 등이 그룹 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를 빼놓을 수 없다. 한화솔루션은 자회사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어, 니콜라의 기업 가치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아직 차 한 대 팔지 않은 니콜라는 지난 6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분 가치보다 중요한 건, 한화솔루션 경우 니콜라와의 광범위한 협업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니콜라에 투자할 당시 니콜라 수소 충전소 운영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했다. 니콜라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수소 충전소 1200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한화솔루션은 니콜라의 수소 인프라에 큐셀 부문을 통해 태양광 설비를, 첨단 소재 부문을 통해서는 수소 탱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식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글로벌 그린 에너지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이라며 "각국의 그린 에너지 정책이 강화될수록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수소 사업에 집중적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중장기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 언급했다.

▲ 출처=니콜라
금호석유화학, "이번에도 예상 넘어설 것"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 사태의 반사 이익을 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6년부터 과감히 투자해 온 NB라텍스 사업이 위기 상황에서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용 위생 장갑에 쓰이는 소재인 NB라텍스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폭발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1·2분기 금호석화의 실적을 이끈 효자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금호석화는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19발 셧다운으로 자동차 업계가 멈추면서 타이어용 합성 고무를 생산하는 범용 고무 사업은 정체됐지만, NB라텍스의 수요 폭증이 주력 사업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했기 때문이다.

금호석화의 경우, 세계 NB라텍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금호석화는 2016년 글로벌 수요에 맞춰 NB라텍스 생산 설비를 증설, 당시 연 20만톤에 불과했던 생산량을 지난해 연 58만톤까지 끌어올리면서 세계 최대 NB라텍스 캐파를 확보했다. 또한 2018년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해 NB라텍스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코로나19 피난처'로 꼽히는 NB라텍스 사업의 수익성은 극대화 될 전망이다.

NB라텍스의 호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업체들이 (NB라텍스 생산 설비) 증설을 계획하는 것 역시 NB라텍스 시황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출처=금호석유화학

NB라텍스 호조 뿐 아니라, 금호석화의 주력 사업인 범용 고무 또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타이어 수요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상원 연구원은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과 부타디엔 고무(BR)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이어 산업의 가동 중단 영향에서 벗어나며 판매량이 회복될 것"이라며 "특히 저가 원료 투입 효과와 긍정적 래깅 효과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래깅 효과란 원재료 구매와 완성 제품 판매 간 시차에 따라 이익이 달라지는 효과로, 금호석화 합성 고무 사업의 주요 원료인 부타디엔(BD) 가격은 2분기 약세를 나타낸 반면 3분기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즉, 2분기 당시의 저가 원료가 3분기에 반영되면서 합성 고무 제품 스프레드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BD 래깅 효과로 합성 고무 사업부의 수익성은 16.7%까지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금호석화가 합성 수지 사업 부문에서 주력 중인 ABS의 수익성 또한 기대된다. ABS의 경우 지난 6월 이후 강세를 띄고 있으며, 8월 평균 가격은 1톤당 1460달러(약 173만원)으로 5월 대비 25% 상승했다. 또한 이러한 성수기가 끝나도 중국발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전 수요가 견조할 뿐더러, 헬맷·안전벨트 착용을 권장하는 새로운 교통 규제가 시행되면서 ABS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는 3분기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시현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금호석화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 이익 모두 전분기보다 증가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등 '구조적'인 실적 호전이 지속될 것"이라 진단했다. 원가 하락 효과가 주효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백 연구원은 금호석화의 라텍스 판매 가격이 수요 증가에 따라 전분기보다 7% 안팎 상승하고, 타이어용 합성 고무 판매량도 지난 분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어 원재료의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적 가격 하락이 합성 수지 사업 부문의 수익성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 분석했다.

금호석화의 합성 수지 및 페놀유도체 사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인데, SM의 원료인 벤젠 생산량이 2019~2021년 증설에 따라 184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수요 증가분인 150만톤을 넘는 양으로, 즉 공급 과잉에 따라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