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소비자들의 구매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택배업체들이 취급하는 상자의 형태, 물량의 종류가 많아졌다. 제품에 따라 당일배송, 단시간 배송, 새벽배송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택배사들의 업무 부하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물류 부담을 덜기 위해 선택한 택배사들의 전략은 물류 자동화와 풀필먼트(Fulfillment·물류기업이 소비자의 주문을 수집하여 제품을 선별,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는 것), 보유 자산의 합리적 사용, 보관, 포장, 분류, 출고에 이르는 인프라를 구성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

▲ 풀필먼트 물류 프로세스. 자료=한국투자증권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필먼트는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된 상황.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물론 DHL, Fedex, UPS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도 나서 차별화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서비스는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와 DHL 풀필먼트, UPS e풀필먼트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과 SSG닷컴이 자사의 이름을 내건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물류사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배업계 최초로 매입과 배송을 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물류업계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비스는 마감 시간 없이 24시간 진행된다.

이 서비스는 연면적 11만5500㎡ 규모의 곤지암 메가허브가 가동되면서 가능해졌다. 물류기업이 소비자의 주문을 수집해 제품을 선별,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는 것은 국내 업계 최초의 사례이며, 향후 약 1690억원이 추가 투자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이 자체 매입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그룹사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 미래 물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롯데슈퍼, 롯데온 등 국내 최대 유통망을 확보한 만큼 매입과 배송에 소요되는 인프라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계열사는 롯데홈쇼핑이다. 최근 추세에 맞춰 새벽배송, 당일배송, 안심배송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해 제공한다. 올해 초 풀필먼트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을 정도로 물류 효율화, 차별화된 배송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오후 10시까지 가정간편식·신선식품 등을 주문하면, 익일 새벽 7시까지 집 앞에 배달된다.

오는 2022년 준공 예정인 ‘진천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연면적 18만4000㎡, 지상 3층)’은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된다. 제품 매입 후 검품을 마친 뒤 선별, 포장, 배송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 할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존 지역물류센터 15곳,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물류센터 20여 곳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게 롯데의 청사진이다.

최근에는 물류 스타트업들도 배송 혁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월 두손컴퍼니가 선보인 동대문의 의류 사입(仕入) 판매자 전용 풀필먼트 서비스 ‘동대문 품고’가 대표적이다.

동대문 품고는 온라인 판매자들이 판매한 제품을 대신 입고, 검품, 포장해주며 배송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대행한다. 이를 통해 동대문에서 의류를 사입하는 지방 거점 온라인 판매자들이 겪어 온 불편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 품고는 물류 스타트업의 한정된 자본임에도 불구하고 ‘동대문 사입’이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판매 형태를 반영, 독특한 전략을 실현한 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