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한 행사를 넘어, 타사의 우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개인들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에, 당분간 이들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불붙은 고객 유지 경쟁…수수료 무료·현금 지급 등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는 9월 30일까지 신규 고객에 한해 다른 증권사의 국내주식(ETF 포함)을 대신증권 비대면 계좌로 이전하고 거래를 하면, 순입고 금액과 거래금액에 따라 최대 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타사대체입고 이벤트 시즌 3’을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신청자 가운데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전원 지급된다.

DB금융투자도 11월 30일까지 타 증권사의 계좌에 있는 ETF를 포함 주식을 자사 계좌로 옮긴 신규 고객이 30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이관한 주식 금액에 따라 최대 1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아울러 2019년 9월 1일 이전 최초 계좌개설 이후 일정 기간 거래가 없었던 휴면 고객의 경우는 최대 50만원을 지급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24일까지 다른 증권사 계좌에 있는 국내외 주식, ETF, ETN, ELW 등을 대신증권으로 옮기면 출고 수수료와 종목 추천 서비스 3개월 무료, 스타벅스 1만원 상품권 최대 1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하는 ‘힘쓴 만큼 혜택받는 거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 또한 오는 24일까지 다른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KOTC, 코넥스, ETF, ETN을 포함한 국내주식을 키움증권으로 이관할 경우 최대 100만원을 제공한다. 입고 금액은 500만원 이상으로 이 가운데 100만원 이상 거래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거래금액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추가로 5만원, 코스피200 종목 1억원 이상 입고 시 추가로 1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면 최대 1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KTB투자증권도 이달 30일까지 타 증권사에 보유 중인 상장 주식과 K-OTC, 코넥스, ETF, ETN(ELW 제외)을 KTB투자증권 계좌로 입고해 거래할 시 최대 500만원을 제공한다. 이벤트 대상은 비대면 주식계좌와 은행 제휴계좌 보유 고객이다.

이런 증권사들의 개인 고객 유치 경쟁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증권사들은 신규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수수료 경쟁을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는 국내주식 위탁수수료 평생 무료 혜택을 제공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주식 거래활동 계좌 수는 3267만7288개로 올해 들어 331만4355개(11.29%)가 증가했다. 이는 국내 경제활동인구 2819만명을 훨씬 웃도는 숫자다. 또한 최근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예탁금은 53조원를 넘어섰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6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복수의 주식 계좌를 보유한 점을 고려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주식 계좌를 보유한 고객 숫자뿐만 아니라 투자 금액도 함께 늘어나, 드러난 지표 외에도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경쟁, '빛 좋은 개살구' 될 수도 

다만 일각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성공하더라도 이후 ‘빛 좋은 개살구’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이벤트를 따라 일정 기간 주식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기더라도, 변경한 증권사에 차별성이 없다면 언제든 기존 거래 증권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증권사에 이벤트를 통해 거래 수수료 무료, 기존 계좌 주식 거래도 금액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을 넘어 타사 주식을 이관하면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다”라며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들이 들어오기만 한다면 다른 상품으로의 연계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벤트 종료 이후 얼마나 고객이 남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개인의 주식 거래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은 몸집이 작은 만큼, 현금성 이벤트 등에 따라 언제든 거래 증권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증권사들에는 매력적일 수 있다”라면서도 “다른 증권사와 차별성 없는 이벤트는 오히려 증권사의 수익성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