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아트센터 개인전 전시전경, 2005년

정현숙의 작품에서 근래 들어 ‘사각형’이 도입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작품세계에서는 ‘원형’이라는 기하학적 형태가 압도적 많이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단순화 시킬 수 없는 ‘완성된 형태’ 또는 ‘완전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원형(圓形)이 나타내고 있는 상징성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를 살펴보자.

원형은 소(小)우주와 대(大) 우주의 도식적 형태로 논의되기도 한다. 이는 우주 발생론을 원형에서 확장시킨 개념이다. 그리고 순환적인 것을 추상적으로 나타낼 때 원형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순환은 바퀴를 연상하게 하는데 바퀴는 ‘원형’으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고전적인 순환의 과정을 암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원형은 태양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고 태양은 빛을 암시한다. 플라톤은 ‘방케’(사람 감정에 대한 플라톤의 대화)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구형’을 이루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티메’(자연에 대한 플라톤의 대화)에서는 조화의 신을 인정하면서 조화의 신은 원형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원형은 완성 형태이다.

꽉 차있는 것과 동시에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데 ‘원형’은 시작이고 완성체인 것이다. 그리고 후광을 나타낼 때에도 원형을 사용한다. 즉 태양과 같은 빛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원형을 기계적 단편의 상징물로서 논의되기도 한다. 가령 시계의 예를 들면서 시는 자기 자신의 측 둘레를 돌면서 어떠한 불균형과 변화나 변형에도 굴복하지 않는 원형을 유지하면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톱니바퀴에서도 원형의 은유성을 말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가 마치 원형의 톱니바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연결과 복합적인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톱니바퀴에 은유적으로 대입시킨 것이다. 또한 원형은 인간들의 생활을 나타내는 삶의 고리, 윤회, 순환 등 다양한 은유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미니멀 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정현숙 작가,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작품세계는 원형을 바탕으로 하여 조형적으로는 최소단위로서 또는 근원적인 형태로서 원형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원형의 상징으로서는 우주, 태양, 사람, 순환, 완성, 비어있음, 삶의 고리, 윤회 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글=오세권 미술평론가, 미술평단 2005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