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흐름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속속 해외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다. 

희비는 갈린다. 잇따른 해외 진출 낭보에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실패와 고전을 겪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에너지 업체 다수가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장밋빛 전망에 매몰되기보다 정확한 사업성 평가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타고난 해외파
▲ 한화큐셀이 건설한 독일 브란덴부르크 소재 태양광 발전소. 출처=한화큐셀
▲ 이코노믹리뷰 DB. 자료=한화솔루션

한화의 중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한화솔루션(009830)은 최근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부인 한화큐셀(큐셀 부문)을 필두로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고 있으며, 한화큐셀이 포르투갈에서 315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솔루션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화큐셀은 포르투갈 태양광 프로젝트 경매에서 총 12개 사업 중 무려 6개를 낙찰 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피브이매거진과 피브이테크 등 해외 태양광 전문 매체들은 한화큐셀이 포르투갈 태양광 사업 입찰전 사상 최저 단가를 제시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회사 측은 부인하는 상황이다. 핵심은, 일조량이 풍부한 이베리아 반도를 거점으로 삼아 유럽 시장 점유율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한화큐셀은 지난 1월 스페인에서도 현지 재생 에너지 관련 거래 중 최대 규모인 1기가와트(GW)급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따낸 바 있으며, 당시 스페인·포르투갈·폴란드·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만 2GW의 발전소 사업권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산업의 '금광'으로 불리는 이베리아 반도 뿐 아니라, 미국·호주·독일 등 태양광 산업이 활발한 시장을 주 무대로 1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실 한화큐셀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탄탄한 기술력과 고품질을 기반으로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전략을 꾀한 점과 현지 태양광 브랜드 순위나 선호도에서도 수년 이상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신뢰도를 쌓은 점이 그 저력이다.

현지 내 뿌리 내리고 있는 인적 자산 또한 막강한 '내공'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유럽·미국·동남아시아 등 곳곳에 법인과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파트너사 운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시장 영향력 확대에 주효했다"며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현장에 대한 감, 즉 현지 경험을 축적했고 이가 곧 시장 분석의 노하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의 경우 원래 독일 업체였으며 한화가 인수하면서 태양광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주사인 한화의 '니콜라' 카드로 한화솔루션의 실탄은 더 두둑해졌다.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가 수소 인프라를 구현하면 한화솔루션은 큐셀 부문을 통해 니콜라의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설비를 공급하고, 첨단 소재 부문을 통해 충전소용·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은 안 된다?
▲ 미국 콜로라도주 앨라모사에 있는 한국전력의 태양광 발전소. 출처=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실
▲ 이코노믹리뷰 DB. 자료=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실

한화의 태양광 로드맵이 빛을 발하고 있으나, 한국전력(015760)의 사정은 정반대다. 세계 최대 전력 시장인 미국에 태양광 출사표를 냈던 한국전력은 4년 만에 사업을 포기했다. 실제로 지난 25일 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전은 약 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16년 7월 이사회를 열고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로 의결, 2017년 4월부터 미 콜로라도주 앨라모사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전은 25년 간 2억3000만달러(약 2500억원)의 전력 판매 수익과 연 평균 120만달러(약 14억원)의 배당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경제 효과는 처참했다. 발전량은 당초 계획의 80~88% 수준에 그쳤고, 매출보다 태양광 패널 유지·보수 및 일반 관리비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커 수익률은 2017년 4.7%, 2018년 0.7%를 기록하며 예상치인 연 평균 7.25%를 한참 하회했다. 지난해에는 11억원이 넘는 적자가 나기도 했다. 

국산 기자재를 활용해 유휴 부지에 패널을 증설하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설치하면 150억원 가량의 수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으나, 이 역시 실행치 못했다.

결국 한전은 내년 하반기 남은 발전소 자산을 매각하고, 내후년 2분기에는 법인 청산을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 충북 오창 소재 LG화학 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전경. 출처=LG전자

LG전자(066570)의 태양광 모듈 사업도 위태롭다는 말이 나온다.

LG전자는 올해 5월 경북 구미에 있는 TV 생산 라인의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인력 500여명을 국내 사업장에 재배치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모듈 생산 라인에 발령 받은 직원들 사이에서 '구조 조정설'이 돌면서, 태양광 사업 자체를 처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 측은 "구조 조정 계획은 현재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으나, 태양광 사업부는 '희망 고문'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할 정도로 불안정한 낌새가 감지되고 있다.

LG전자 경우 현재 주로 쓰이는 P타입이 아닌 N타입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점이 악수로 꼽힌다. 당초 LG전자는 N타입 모듈을 채택해 해당 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하고자 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N타입을 쓰는 북미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업황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는 P타입이 주류로 굳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캐파(생산 설비 용량)를 보유한 한화큐셀은 물론, 저가 공세를 퍼붓는 중국 업체들과의 점유율 다툼도 녹록치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도, 규모의 경제 실현도 어려워 보이는 국면에서 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LG전자는 결국 태양광 사업을 포기할 공산이 높다는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에 뛰어든 이카루스들…'검증'된 날개가 필요하다

3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이 회사도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함께 칠레에서 분산형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한수원의 태양광 프로젝트는 과달루페와 마리아핀토 지역에서 각각 6.59MW와 6.3MW 규모로 추진되고 있으며, 발전소 건설 및 운영 기간은 지난 7월부터 2046년 12월까지로 예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수원 측은 "아직 사업 계약 체결 전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KIND는 2018년 12월부터 칠레 탈카에 1400만달러(약 166억원) 상당을 투자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2019년 7월부터는 마리아핀토에서 800만달러(약 95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추세라, 사업성 검증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특히 한전의 경우, 사전 검증 과정이 미비했다는 질타에서 피할 수 없다.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사업의 실패는 현지 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거나 자연 재해로 전력 생산이 마비되는 등 불가피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발전량'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양금희 의원은 "한전의 사업성 검증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경우 변수가 많은 만큼, 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전 이사회가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사업 인수를 두고 토론할 당시, 운영 경험이 없는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가 이미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원 찬성으로 의결되긴 했으나, 이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이번 실패로 태양광 사업 전반을 평가 받기에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미국 콜로라도 사업 포함 6개 해외 태양광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나머지 사업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순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업 리스크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사업 교훈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교육·전파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