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달러화.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산재한 변수 속에서도 하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시사함에 따라 하방 압력이 발생하는 가운데,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추가재정 협상안이 9월 중 도출될 것으로 전망돼 유동성 증가에 따른 약세까지 겹쳤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도 약달러 기조 천명

27일(현지시간)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변동이 없는 92.99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8일 1년래 최저치인 92.25를 기록했지만, 이내 소폭 반등해 93을 넘보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달러인덱스 반등은 최근 관련 정책 도입에 대한 기대가 이어졌던 만큼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과 2분기 GDP 잠정치 개선, 잠정주택판매 호조 등에 따른 효과다. 또 잭슨홀 미팅에 대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라는 경계심까지 더해졌다.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새로운 물가정책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균물가목표제는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일부 용인하면서 일정 기간 평균치인 2%로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보고 당분간 제로금리를 이어가겠다고 시사했다.

특히 연준의 정책기조가 5년 정도 단위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현재 통화정책이 최대 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유동성 덕분에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는 현 상황은 최대 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준은 세부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물가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아 일부 불확실성 요인을 남겨뒀다.

실제 미국은 실업률 단일 지표가 자연실업률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최근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100만건을 상회하며 코로나19 2차 충격에 직면했다. 그러나 연준은 이러한 고용지표만을 토대로 섣불리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파월 의장은 꽤 낮은 실업률 하에서도 완화적인 통화기조를 지속할 뜻을 내비췄다.

▲ 출처=삼성증권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캐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2.25~2.50%,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2.50% 인플레이션도 감내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라며 "두 연방은행 총재가 제시한 기준을 보면 연준은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며, (잭슨홀 미팅이) 저금리 초장기화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분석했다.

KB증권 김효진, 김두언 연구원은 "연준은 지난 6월 FOMC 당시 2022년 물가상승률 전망을 2.0%~2.22%에서 1.6%~1.8%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라며 "이에 따라 적어도 2022년까지는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인상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완화적 정책기조와 2%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용인 등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며, 실질금리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저금리 기조 지속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달러화 약세 요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코로나19 2차 팬데믹 효과가 경제 및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유럽과 한국 등 일부 지역에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지난 3월 1차 팬데믹 때 셧다운 정책을 펼친 국가들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코로나19를 최대한 통제하면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실제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은 일간 신규 확진자가 4만명을 상회하면서 여전히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다만 미국 확진자는 7월 중순 고점 대비 하락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사망자 비율도 점진적 하향되고 있다. 경제 회복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은 달러화가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15% 내외의 약세를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미국은) 최소 400달러 이상의 주간 추가 실업수당 지원 및 1조5000억달러 이상의 추가재정 규모 합의를 예상한다"라며 "이 경우 미국 재정수지는 GDP 대비 27.1% 적자로 2차대전 당시와 유사한 재정적자 규모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