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큐셀이 건설한 독일 브란덴부르크 소재 태양광 발전소. 출처=한화큐셀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 프랜드의 입지를 굳혀 온 한화큐셀이 이번에는 '태양광 사업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베리아 반도를 노리며 외연 확장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한화큐셀이 최저 단가를 매개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말도 나오지만, 일단 회사측은 부인하는 상황이다.

한화큐셀은 그동안 미국·호주 등 태양광 산업이 활발한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는 세계 최대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자 태양광 산업의 종주국으로 꼽히는 독일을 주 무대로 삼았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스페인·포르투갈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 시선을 끈다.

포르투갈 최초 '태양광+ESS' 발전소 짓는다 

한화큐셀은 포르투갈 남부 알렌테주·알가르베 지방의 태양광 프로젝트 경매에서 총 12개 가운데 6개를 낙찰 받는 데 성공, 315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사업권을 확보했다고 28일 밝혔다.

한국 기준으로 연간 약 45만명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한화큐셀은 남은 인허가 과정을 마무리한 뒤 오는 2024년까지 발전소를 준공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이번에 획득한 사업권을 통해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결합된 발전 사업을 진행한다. 이 같은 결합 형태는 포르투갈에서는 최초 사례이며,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한 출력 변동성을 해소할 수 있어 앞으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화큐셀은 최근 유럽 내 태양광 다운스트림 사업을 통해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운스트림이란 발전소를 건설해 현지에 전력을 판매하거나 또는 발전소를 매각해 수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앞서 한화큐셀은 지난 1월 스페인에서도 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따낸 바 있다. 현지 태양광 업체 릭에너지로부터 940MW급 발전 사업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이는 스페인 내 재생 에너지 관련 거래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해당 사업은 2022년 1분기 발전소 착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완공 후 연간 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한화큐셀은 스페인·포르투갈·폴란드·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만 2GW의 발전소 사업권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입찰전에서 최저 단가 제시했다는 보도, 사실 아니야"

한편 26일(현지 시간) 피브이매거진과 피브이테크 등 해외 태양광 전문 매체들은 한화큐셀이 포르투갈 태양광 사업 입찰전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MWh당 1.20유로(약 1600원)를 단가로 제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같은 저가 공세가 승부수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화큐셀 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당사는 금액을 제시하는 구조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면 반박했다.

가격 경쟁력만 내세워 해당 사업권을 확보하기는 더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특성상, 사업 운영 안정성과 기업 신뢰도 등까지 총체적으로 평가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10년 넘게 태양광 사업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업계 신뢰도나 유럽 시장에서의 지위 등이 (포르투갈 태양광 사업 입찰전 승리에)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베리아는 잠재력 가장 높은 시장…"향후 독일 위협할 것"

한화큐셀의 청사진은 탄탄하다.

이베리아 반도는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잠재력이 가장 높은 태양광 시장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높은 일조량을 갖추기도 했으나, 유럽연합(EU) 및 각국이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 기조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르투갈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원의 35%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지난 2018년 6월 발표했다. 이는 EU가 제시한 32%보다 높은 목표치로, 재생 에너지 사업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올해 7월 포르투갈 국영 전력 회사 EDP가 내년까지 1.2GW 용량의 석탄 화력 발전소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국가 차원의 재생 에너지 보급 노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 산하 시장 조사 업체 BNEF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지난해 300MW 가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고, 올해에는 500MW 용량을 추가 설치할 것으로 관측됐다.

스페인 또한 독일에 버금가는 유럽 2위 태양광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국적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은 2020년 유럽에 지어지는 태양광 발전 시설의 규모가 23GW 이상이며, 이 가운데 스페인이 1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이베리아 반도를 시작으로 향후 유럽 전역에서 본격적인 태양광 발전 사업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 언급했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유럽은 한화큐셀의 주요 무대이자 세계 재생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시장”이라면서 "그간 태양광 모듈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재생 에너지 시장의 빠른 확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큐셀은 올해 들어 기존의 태양광 모듈 제조·판매 사업자에서 종합 태양광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포르투갈 태양광 프로젝트처럼 발전소 개발과 ESS 결합형 솔루션 사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 등도 추진하는 모습이다.

한편, 한화큐셀은 한화에너지 자회사 174파워글로벌이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한 180MW급 태양광 발전 단지에도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