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아퀼라인 드론(Aquiline Drones)의 창업자 베리 알렉산더는 드론 조종 자격자들을 위한 긱 이코노미를 구축하려고 한다.    출처= Aquil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올 가을 미국 항공사들의 대량 감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항공기 조종사들이 조종사를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20년 넘게 항공기 조종사로 일해 온 미셸 비숍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늘을 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일을 좋아하니까요.”

비숍은 최근 며칠 쉬는 동안 링크트인(LinkedIn) 등 여러 취업 사이트에 올라있는 구인 공고를 매일 몇 시간씩 보면서,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하지 않는 일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한 공고가 그녀의 흥미를 자극했다. 바로 ‘드론을 조종하는 일’이었다.

코네티컷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 아퀼라인 드론(Aquiline Drones)이, 자격증(면허)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결혼식 항공 사진에서부터 교량·도로 등 공공 토목사업 항공 스냅 사진을 찍는 일 같은 단기 취업을 할 수 있는 간단한 스마트폰 앱을 두 달 후에 출시해 드론 조종자들을 위한 긱 이코노미를 구축하기 원한다는 공고를 낸 것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 스타트업은 드론 업계의 우버나 리프트처럼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배리 알렉산더는 앞으로 수천 명의 비행기 조종사들이 (퇴직 또는 실직 후에) 드론 조종 자격증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고 실직한 항공기 조종사들이 비행기 대신 드론을 날리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그들을 위한 긱 이코노미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품었다.

현재 드론 조종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연방항공청(FAA)은 2016년부터 드론을 조종하려는 사람은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의무화했지만 미국에서 드론 조종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아직 20만 명도 채 안된다.

아퀼라인의 목표는 최소한 수천 명이 드론 조종 면허를 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전직 항공기 조종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회사는 ‘미래를 위한 도전’(Flight to the Future)이라고 명명한 드론 자격증 시험 교육 프로그램을 9월 1일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6~8주간이 소요되는 교육프로그램의 수업료는 1000달러다. 회사는 또 항공 용어, 운항 규정, 기상 관측 등 항공 운항의 내용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조종사들을 위해서는 200달러가 저렴한 800달러짜리 과정을 별도로 내놓을 계획이다.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회사는 이들에게 연방항공청의 면허 시험을 치르도록 안내하고, 이후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에게는 회사를 통해 4000달러의 드론 구입 비용 지원과 연간 1500달러의 보험 가입을 주선할 것이다.

▲ 드론 자격증 시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만 드론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출처= DronePilotDeploy

드론 조종 자격증 시험은 쉽지 않지만, 아퀼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훈련 프로그램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표는 아퀼라인의 ‘미래를 위한 도전’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드론 조종사들은 회사의 백엔드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연동된 반자율 드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비숍을 포함해 2000명의 전직 조종사들과 1500명의 일반인들이 프로그램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비숍은 “실제로 드론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지만, 비행기 조종사를 그만두면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론 조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내 일정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알렉산더의 구상이 성공한다면, 비숍 처럼 아퀼라인을 통해 드론 면허를 취득한 드론 조종자들은 아퀼라인의 드론 자격자 고용 전용 앱에 매일 접속해 해당 지역에서 긱 이코노미를 형성해 드론 사용을 원하는 계약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우버처럼). 알렉산더는 이 일자리들이 시간당 150달러로 계산할 때 적어도 하루 300달러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비즈니스 모델은 승차공유업계의 모델을 따 온 것이다. 그러나 승차공유업계에서 노출되었듯이 이 모델은 노동자들에게 몇 가지 단점이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독립 계약자는 건강보험, 유급 휴가, 또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다른 혜택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리고 일부 긱 종사자들은 충분한 생활비를 벌지 못한다고 보고한다. 또 드론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드론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그 사용이 증가했다. 그저 재미있는 기술 도구로 판매되던 것에서 치안유지, 농업, 재난구호임무 지원, 건설진행상황 모니터링 같은 실제적인 용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드론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민들은 드론이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고 항공기의 운항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2017년 퓨 리서치 (Pew Research)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집 근처 상공에서 드론이 운행되도록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업용이나 오락용 드론은 FAA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되고 감시되고 있다.

알렉산더도 이런 인식을 잘 알고 있지만, 드론 산업이 성장하면 그런 인식과 규제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드론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드론의 공공 참여 기여도가 높아지면 언젠가는 드론이 인간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대중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퀼라인의 ‘미래를 위한 도전’ 프로그램을 신청한 비숍도 이 프로그램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퀼라인에 대해 낙관적이다.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드론 자격증 프로그램은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신청이 손해보는 투자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