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혈장치료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아직 혈장치료의 효능에 대해 확실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장이 혈장치료 데이터에 과장이 있었다고 양심고백을 하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 FDA는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승인했다. FDA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입원 후 사흘 안에 처방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FDA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7만명이 혈장치료제를 처방받았으며, 이 중 2만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80세 이하 환자에서 혈장치료제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19 치료의 돌파구"라면서 혈장치료의 긴급사용승인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스티븐 한 FDA 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데이터에 과장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혈장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단번에 꺾었다. 거듭되는 코로나19 확산에 마음이 급해진 미국 정부가 무리하게 긴급승인을 남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치료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휘적으로 비슷한 혈장치료제와 혼동되기 십상이다.

▲ 혈장분획치료제 제조 과정. 출처=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혈장치료는 소수의 코로나19 완치자로부터 채혈한 회복기 혈장을 그대로 환자에게 주입하는 수혈요법으로 일종의 의료 행위를 일컫는다. 혈장 공여자에 따라 중화항체(면역글로불린)의 효과가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혈장분획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대량 수집 후 분획과정 등을 통해 혈장 속에 포함된 중화항체(면역글로불린)를 정제·농축한 제품으로 고농도의 중화항체가 일정하게 포함되어 있다. 혈장치료보다 안전성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지난 4월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서 중증환자 2명이 혈장치료 후 완치됐다. 지난달에는 인하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도 7명의 중증환자에게 치료한 결과 5명이 완치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혈장치료에 대해 아직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실험적 요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혈장을 이용한 치료법이 지난 세기 수많은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됐지만 성공 수준은 달랐다"면서 "사람마다 다른 수준의 항체를 생산하기 때문에 치료법을 표준화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고 본다면 긴급 사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