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의장은 27일 잭슨홀 연설에서 ‘통화정책 기본틀의 재검토’라는 제목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출처= Flick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역사는 폴 볼커와 제롬 파웰을 인플레이션 협곡의 반대편에 선 인물로 기억할 것이다. 1979년 8월부터 87년 8월까지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지낸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파월 현의장은 이번 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위한 전례 없는 노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볼커는 1970년대 미국 경제가 직면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빚더미에 앉게 된 농민들의 극렬한 시위가 전개되는 등 시장의 극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결국 물가 상승을 잡으면서 이후 1990년대 미국 경기 호황을 이끈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파월 현 의장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미국 경제가 가장 암울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높아지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앙은행과 경제 전문가들은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 또한 문제로 보고 있다. 경제가 너무 둔화돼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 동반되는 저금리는 위기가 발생해 정책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을 때 정책 입안자들이 대응 조치를 취할 여지를 위축시킨다.

오는 27일(현지시간) 연준의 연례 잭슨홀 컨퍼런스(올해에는 코로나로 가상 회의로 열림)의 파월 의장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연설의 제목 ‘통화정책 기본틀의 재검토’(Monetary Policy Framework Review)가 시사하듯이, 파월 의장은 앞으로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지난 1년 간의 광범위한 검토 결과를 요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CNBC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문사 브라운어드바이저스(Brown Advisory)의 톰 그라프 채권투자 책임자는 "파월 의장의 27일연설에서 의미있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꽤 높다"며 "아마 역사적인 연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어 중 하나는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average inflation targeting)일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2% 인플레이션을 건강한 수준으로 견지해온 연준이 적어도 당분간은 그보다 높게 유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상승률 지표 2%는 2009년 중반 금융위기 직후 2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이 수준을 밑돌았다.

볼커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반면 교사로 삼은 것이다.

‘상황대응적인 위험 감수’

글로벌 리서치 업체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글로벌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본부장 크리슈나 구하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오는 9월 연준회의에서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를 완화하기 위한 중대하고 상황대응적인 위험 감수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하 본부장은 연준이 '일본화'(약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장기 저성장)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사이클의 회복 국면 동안 적당한 인플레이션 부양책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준은 또 물가 부양 움직임과 함께, 7월 회의록에서 시사한 바처럼, 완전 고용에 대한 의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업률은 10.2%로 정점이었던 4월의 14.7%에서 하락했지만 코로나 이전인 2월의 3.5%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파월의 잭슨홀 연설에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이 모두 안정될 때까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행하기 위해 연준은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제 제로 금리는 표준 관행이 될 것이다.

공격적인 정책이 더 필요한가?

그러나 공격적인 정책이 더 필요한 지에 대한 이견도 있다.

주식 시장은 전체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손실을 모두 회복했고, 고용시장도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으며 전면적 경제 재개가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3분기에는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블리클리 자문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의 움직임을 고려해 볼 때, 그리고 백신과 효과적인 치료법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준은 전속력을 내기 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또다시 거품을 불었다는 비난도 있는 만큼, 공격적인 정책은 3월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필요 없다는 것을 인식할 때가 됐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의 도움을 더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주식전략가는 "지난 주 공개된 연준의 7월 회의록은 투자자들이 향후 연준 정책에 대해 기대했던 만큼 그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준의 미래를 요약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비상한 개입을 지속할 명분을 제시하면서 연준이 가야 할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브라운의 톰 그라프는 "연준이 통화정책에 접근하는 다른 방법을 발표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들이 하겠다고 말한 것 이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을 부양하려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것이 실물경제에 큰 상승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며, 오히려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