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전국의 PC방이 모두 문을 닫은 가운데 원격 미러링 방식으로 PC방 영업을 중계하는 업체가 성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전면 중단되며 벼랑 끝에 몰린 PC방 업주들 중 일부가 일종의 편법을 활용, 영업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집에서 즐기는’ PC방 혜택과 고사양 하드웨어?

중계 업체는 PC방에 올 수 없는 게임 이용자와 업주를 원격 미러링 솔루션을 통해 이어주고 있다. 방식은 이렇다. 게임 이용자는 집에서 실제 PC방에 있는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한다. 이용자는 집에 있는 컴퓨터로 화면을 조작하지만 실제로 구동되는 건 해당 PC방 ‘00번’ 자리의 컴퓨터다. 이용자는 방문 이용과 마찬가지로 요금을 지불한다. PC방에 가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PC방에 간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 방법은 현 상황에서 게임 이용자와 PC방 업주 모두에게 해결책을 준다.

우선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받고 싶은 이용자는 집에서도 PC방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게임사와 PC방 업주의 계약에 따라 PC방에서는 게임내 경험치 상승률 증가, 전용 아이템 지급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는 이론상으론 저사양 스펙을 가진 가정내 컴퓨터로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은 최상급 CPU·GPU를 갖춘 PC방 컴퓨터에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업이 중단된 PC방 업주들은 중계 업체에 돈을 내긴 해야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다. 때문에 중계 업체에서도 ‘상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업주와 이용자를 비대면으로 이어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PC방 통합 관리프로그램에는 정부의 영업중단 방침이 발표된 이후에도 사용량이 집계되고 있다. PC방 컴퓨터로 게임이 플레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PC방 혜택이 크게 작용하는 대표적 게임들인 ‘피파온라인4’ ‘리니지2’ 등과 고사양 PC가 필요한 ‘배틀그라운드’ 등이 지난 24일 기준 사용량 상위권으로 집계됐다.

‘재판매 금지’ 계약 약관 위반 소지있지만…

어려운 상황 속 ‘윈윈’ 전략으로도 보이는 PC방 비대면 영업.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게임사와 PC방 업주 간 계약 약관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PC방-게임사 계약 약관에 따르면 PC방 업주는 PC방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가상사설망(VPN) 또는 원격 접속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PC방 프리미엄 서비스에 접속, 재판매 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일부 게임사는 이와 관련해 IP를 차단, PC방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 PC방과 게임사는 상생 관계다. 출처=이미지투데이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게임사의 사업 파트너 관계이기도 한 PC방 업주가 ‘강제 영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관에 따라 업주에 제재를 가하는 건 ‘우는데 뺨 때리는 격’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PC방 운영중단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측도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 또한 현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PC방 비대면 문화 확산…업주들에 ‘독사과’ 될 수도

VPN 우회, 원격 접속 등을 통한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활용은 과거부터 발생해 온 문제였다. 이런 방법이 활용된 대표적 사례가 ‘작업장’ 운영이며 게임사는 관련해서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비대면 문화는 PC방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단순하게 보면 당장 ‘놀고 있는’ IP를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형태지만, 장기적으로는 PC방을 찾는 손님 감소로 이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PC방에서 발생한 게임 이용에 대한 비용을 업주로부터 지급받는 건 변함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에 좋지 않은 행태”라면서 “과거부터 이와 관련한 자정의 목소리가 업주들을 중심으로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PC방 원격 중계 업체 대표는 약관 위반 문제에 대해 “원격 서비스는 PC방의 환경을 이용해 PC방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지, 특정 게임에 과금을 내고 하는 게 아니다”면서 “게임사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