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슨 자동화센터에 설치된 박스 포장 로봇.    출처= Tys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가축의 뼈를 골라내고 닭을 도려내는 것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직접 하던 일이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칼과 톱을 사용해 계속 움직이는 공장 콘베이어 위에 놓인 동물 사체를 해체하는 작업을 한다. 이것은 노동집약적이고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그런데 그런 공장 현장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29개 주에서 1만 7300여 명의 육류 및 가금류 가공 종사 노동자가 코로나에 감염돼 91명이 사망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4월 말에 미국의 쇠고기와 돼지고기 생산량이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육가공업체들은 개인보호구장비, 열스캐너, 작업장 칸막이 등 안전장비에 수억 달러를 썼고, 기피하는 근로자들을 계속 근무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이 탐구는 아칸소주 스프링데일(Springdale)에 있는 타이슨푸드의 본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회사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은 그 동안 이 업계가 받아들이기를 꺼려했던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때 자동차 산업에서 일했던 디자이너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팀은, 타이슨 공장에서 매주 도축되고, 뽑혀지고, 잘려 나가는 3900만 마리의 닭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해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8월 문을 연 타이슨 공장 자동화센터에서 인간 노동자가 작동하는 육류 절단기에서 로봇 도축기로의 전환하는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은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의 5분의 1을처리하기 위해 12만 2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타이슨은 기술과 자동화에 약 5억 달러를 투자했다. 타이슨의 노엘 화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이 같은 노력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비드19의 대유행은 2130억 달러(250조원)에 달하는 미국 육류 산업에게 대재앙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고기가 부족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고기 생산의 감소로 인해 크로거, 코스트코, 앨버트슨(Albertsons) 같은 거대 식품업체들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고기의 양을 제한해야 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웬디스(Wendy’s)도 손님들에게 일부 매장에서 햄버거를 제공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 육가공업체들은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개인보호구장비, 열스캐너, 작업장 칸막이 등 안전장비에 수억 달러를 썼다.    출처= Tyson

보스톤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데커 워커 전무는 "이제 자동화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는 자동차 조립, 주식 거래, 농업과 같은 직업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BCG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육가공업체는 생산 공간 1000평방피트(28평)당 3.2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제조업 평균의 3배에 해당한다. 제조업의 노동자 밀도는 지난 5년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육가공 공장의 노동자 밀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도축·가공업 종사 노동자들의 2019년 시간당 평균 임금은 15.92달러였다. 노동력은 여전히 싸고, 인간은 그런 숙련된 일을 기계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육가공업체 임원들은 육가공업계의 노동자 밀도의 증가는, 동물의 크기와 모양이 모두 각양 각색이어서 동물 사체를 해체하는 숙련된 인간 노동자의 기술에 기계가 아직 따라오지 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추를 따라 돼지의 사체를 분리하는 자동 절단기같은 로봇이 공장에서 인간과 함께 일하지만, 지방을 다듬는 것과 같은 미세 처리 공정은 여전히 인간 노동자들의 손에 맡겨지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이민자들이다.

대략 585,000명의 사람들이 미국의 육가공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육가공 공장의 연간 이직률은 제조업 전체 평균 31%에 비해 훨씬 높은 40~70%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의 코로나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육류업체와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3, 4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공장 일을 하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육가공업체들은 과거에도 자동 시스템을 시험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가공과정에서 값비싼 부위를 너무 많이 낭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폐기되었다.

올해 초 타이슨의 로봇 연구실에는 아케이드 크레인 게임과 같은 기계식 팔을 장착한 로봇이 들어왔다. 버튼을 누르자 로봇 팔은 다색 구슬 세 컵을 쟁반에 쏟아 부은 다음, 30초도 안 돼 빠르게 하나씩 잡아 색깔별로 분류했다.

타이슨의 기술자들은 기계들에게 고기 색상과 모양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들은 균일한 부품으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보다 육류를 처리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제너럴모터스(GM)에서 로봇공학 수석 엔지니어를 지내다 지난해 타이슨에 합류한 마틴 린은 “육류공장에서 ‘부품’은 무한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타이슨은 닭가슴살을 사람보다 더 정밀하게 조각할 수 있는 워터젯(water-jet) 절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많은 타이슨 닭 공장들이 이전의 인간 노동자들이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육류 절단 장비를 설계해 온 타이슨의 제조 기술 책임자 더그 포먼은 "자동화는 육가공업계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라며 "우리는 중대한 도약의 정점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