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창립 10주년에도 불구, 코로나19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탓이다. 정 대표는 공격적 국내선 확보와 국제선 재운항 등으로 위기에 맞선다는 구상이지만 코로나 재확산세가 가팔라지며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티웨이항공이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유상증자에 나섰다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결정을 철회한 탓이다. 이에 따라 벌점 5점 부과와 함께 공시위반제재금 2500만원을 물게 됐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바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19에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지분율 58.32%)가 자금 확보에 실패해 유상증자를 중단했다. 상장사가 자금을 모집하려고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실패하는 경우 불성실 공시에 해당한다.

당시 유상증자 총 청약률은 52.09%였으나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의 청약 참여율은 25.61%에 그쳤다. 대출 등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지분율만큼의 유상증자 참여를 하지 못했다는 게 티웨이항공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티웨이항공을 이끌고 있는 정홍근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유상증자가 실패하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다른 대책을 내놔야 해서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보가 제 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티웨이항공의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 정 대표는 항공업계에서만 30년 넘게 일해 온 잔뼈 굵은 전문가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에서 인사·재무·기획·판매·마케팅·운송업무 총괄 등을 맡아 항공전문가로서의 핵심역량을 두루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정 대표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 국내 최초 저비용항공사(LCC) 한성항공의 꼬리표를 떼고 티웨이항공으로 비상(飛上) 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경영난으로 인한 운항 중단, 기업회생절차 등 연이은 악재로 거의 빈사상태였던 회사를 살려낸 것이다. 

정 대표 노력에 힘입어 티웨이항공은 지난 2017년 5월 말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회사 재정상태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은 2010년 8월 16일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매출도 승승장구를 이어가 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 8월 LCC 가운데 세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진에어를 제치고 LCC 중 두 번째로 높은 국제선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정 대표는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중국 노선 항공여객 감소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도 티웨이항공은 영업이익률 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1분기 매출 감소폭과 수익성 하락폭은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선 수요 감소에 맞선 공격적인 국내선 항로 확대라는 정 대표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판단은 2분기에도 실적 방어 공신으로 작용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247억원, 영업손실 48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6.4%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1.8배 확대됐다.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하지만 여타 LCC보다는 선방한 수준이다.

아울러 보유 현금 감소폭도 LCC 가운데 가장 적다. 지난해 말 대비 올 상반기 티웨이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8배 줄어들었다. 반면 제주항공은 2.1배, 진에어는 2.3배, 에어부산은 3배씩 현금 보유량이 줄었다. 

임시방편으로 늘려온 국내선이 코로나19의 효자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은 올 들어 ▲김포~부산 ▲광주~양양 ▲부산~양양 ▲부산~제주 등 신규 국내 노선을 빠르게 확장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티웨이항공의 국내선 여객 수는 5월 31만3561명, 35만694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40.2% 증가했다. 올 5월과 6월 전년 동기 대비 국내 여객 수가 증가한 국내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다.

하지만 현재 티웨이항공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의 재확산세로 국내선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세계 각국들도 풀었던 입국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국제선 재운항과 신규취항 등에 나서려던 티웨이항공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모기업이나 정부지원을 기대하기도 여의치 않다. 티웨이항공의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의 현금 유동성 보유분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약 32억원이며, 티웨이홀딩스의 지분 50.55%를 보유한 예림당도 별도 재무제표상 현금이 69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양사는 올 2분기 모두 적자를 낼 정도로 재무 여건이 여의치 않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LCC 추가 지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여유 있는 비용 지원은 사실상 불가할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은 화물운송 사업 확대 등으로 수익성 증대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풀서비스캐리어(FSC)항공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12월에는 수출입은행의 차입금 100억원 만기가 돌아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현금이 당장 부족하진 않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유상증자가 실패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이어지면 추가 자금 조달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