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상 광화문 본사. 출처=현대해상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현대해상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관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제 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손해율 악화에 보험사들의 적자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손해율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일명 '착한실손보험'으로 기존 실손 가입자들이 갈아타도록 제도 개선 등 계약전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착한실손 계약전환 제한 사항을 대폭 완화했다. 기존 실손 가입자들이 ‘계약전환용’ 유형의 착한실손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기가입된 동일 담보군만 가입됐지만, 이러한 전환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기존 실손 가입자들은 상해입원, 상해통원, 질병입원, 질병통원 모두 계약전환용 착한실손으로 전환된 경우에만 비급여 특약 가입이 가능했다.

현대해상의 이 같은 조치는 계약전환 과정에서 중대질환자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중대질환자는 ‘계약전환용’ 유형으로만 착한실손 전환이 가능했는데, 과거 많이 판매됐던 유형인 상해의료비, 질병입통원 가입자는 담보 전환이 안 돼 계약전환용으로 비급여특약을 가입할 수 없었다.

또 현대해상은 착한실손 계약전환 전 기존 계약이 다수일 경우 통합 고지사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내달 중 시스템을 오픈 할 예정이다. 착한실손 전환 과정에서 기존 실손 계약의 가입일이 서로 달라 각각 따로 전환했어야 하는 가입자들의 불편함을 덜은 것이다.

"착한실손으로 갈아타세요"

착한실손은 표준화실손 이후부터 판매 된 실손보험 상품을 말한다. 실손보험은 △구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 △착한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현대해상을 비롯한 여러 보험사들은 기존 실손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착한실손 갈아타기'를 종용하고 있다. 착한실손은 과거 실손상품보다 손해율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착한실손은 구·표준화실손보험 보다 보장수준이 낮은 반면 자기부담금은 더 높다. 특히 현대해상의 경우 과거 5년 갱신형으로 판매한 실손 상품 비중이 많아 손해율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7.2%다. 손해율 100% 이상이라는 의미는 받은 보험료 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것으로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상반기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각각 134%, 120%를 기록한 반면 착한실손보험의 손해율은 77%에 불과했다.

이에 영업 일선에선 고객들에게 실손보험을 갈아타라는 전화와 문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손해율로 보험료가 비싸게 책정되는 기존 실손보험 대신 더 싼 착한실손으로 전환하라는 식의 영업이다. 실제 착한실손은 구·표준화실손보험 보다 보험료가 35% 가량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보험료가 싸다고 무조건적인 상품 갈아타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구·표준화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만큼 보장 수준도 착한실손보험 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표준화실손보험에서는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항목들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지만 착한실손보험에선 특약으로 분리돼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보험상품은 대부분 오래될수록 보장이 좋은 경우가 많다"며 "당장의 보험료가 싸다고 향후에도 가격적인 메리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기존 실손 가입자들의 착한실손 전환이 용이하도록 보험사들에 권고하고 있다"며 "실손 상품마다 일장일단이 있다. 실손보험은 일반적으로 장기간 유지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폭이 큰 구실손보험 등의 가입자들은 갱신 부담이 크다. 반면 병원이용이 적은 고객의 경우 장기적으로 착한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격적인 메리트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