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최초 오프라인 공간 '무신사 테라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패션 유통채널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패션 플랫폼의 덩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사각지대에 놓여왔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과도한 유통 ‘수수료’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는 의견이다. 

덩치 커지는 패션 플랫폼, 브랜드 입점 경쟁↑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지난해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목표 누적거래액을 달성하며 업계 불황 속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수료율은 높은 추세로 입점 업체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수수료는 30~32%로 일반 백화점 입점 수수료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대부분의 온라인 패션플랫폼 수수료는 30% 수준으로 고정돼 있지만 초기에는 20% 초반대의 적당한 수수료로 시작했다. 인지도가 없는 신규 브랜드가 수수료가 비싼 백화점이나 유명 편집숍에 입점하기 어려운 상황 속 패션 플랫폼이 주요 유통 채널로 주목받게 된 점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신규 브랜드 입점 수수료가 28~35%까지 치솟으면서 입점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신생 브랜드 부담감이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도까지 무신사의 매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은 수수료매출로 상품매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무신사의 1073억원의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인 586억원 가량이 수수료 매출로부터 창출됐고, 상품매출은 454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상품매출이 수수료매출을 넘어서면서 과도한 수수료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광고선전비로 인해 본사가 막대한 광고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수수료를 다시 낮출 기미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거래율이 크게 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 편집숍 입점이 필수가 된 점도 중소업체의 부담감을 높였다. 유명 개인 브랜드는 물론 패션 대기업들도 패션 플랫폼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수수료가 더 올라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패션기업들은 자사의 성장동력이 낮아진 오프라인 매장은 철수하고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자사몰 입점은 물론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플랫폼 기업들의 콧대가 높아지면서 중소기업이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입점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신사, 29CM, W컨셉 등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은 초기 중소 브랜드나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입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 대기업들까지 유명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자사몰 입점의 경우 수수료가 들지 않지만 적극적인 소비자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수료를 내더라도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최초 오프라인 공간 '무신사 테라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패션 플랫폼·납품업체 공정한 거래 위한 법 마련 절실

최근 패션 플랫폼들은 온라인 입점 브랜드들의 수수료 부담이 지나치다는 여론을 의식해 코로나19 극복 ‘상생’을 거론하며 인하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입점 브랜드들의 여론은 곱지만은 않다. 한시적인 경우일 뿐더러 입점하더라도 할인, 단독상품 등 ‘프로모션 강요’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정부의 불공정 행위 감시대상에 제외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납품업체 7000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공정 행위 중 ‘판매촉진비용전가’를 경험한 비율이 전년(9.5%)보다 4.6%p 하락했다고 집계됐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요 온라인몰이 누락된 반쪽짜리 조사라는 지적이다. 조사에 참여한 온라인몰은 ▲위메프 ▲쿠팡 ▲티몬 ▲롯데닷컴 4곳으로 실질적으로 영향력있는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에 기준이 된 온라인몰은 업계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때문에 당연히 판매촉진비용전가 경험 비율이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신사 같은 경우 배너 노출 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잘나가는 플랫폼에 계속 입점하기 위해서라도 불리한 조건의 프로모션 강요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입점 브랜드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증된 패션 플랫폼을 제외하고 실제 매출이 나오지 않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판매 수수료 0%를 앞세운 후발 플랫폼의 출현이 시장 개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7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크로키닷컴의 여성 쇼핑앱 ‘지그재그’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그재그는 타사의 패션 플랫폼과 달리 물류를 직접 하지 않고 지그재그에 입점한 쇼핑몰들이 알아서 고객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재고를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자사의 결제 시스템인 ‘Z결제’를 론칭하면서 통상 판매건당 5.5%의 입점 수수료로 수익을 얻고 있다.

고객들이 지그재그 플랫폼 안에서 서로 다른 여러 쇼핑몰의 상품을 장바구니 안에 넣고 통합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입점하고자 하는 브랜드는 기존의 높은 패션 플랫폼 수수료를 절약해서 좋고, 소비자는 쇼핑몰에서 여러 번 결제하던 수고로움을 덜어서 좋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결국 업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와 그저 후발 플랫폼을 의식한 대형 패션 플랫폼의 어설픈 ‘상생’ 전략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카테고리를 업태 별로 나눠 특성에 맞는 포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애매한 기준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거나 오히려 시장의 미래 성장동력을 해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