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의 세계 최대 자전거 회사 자이언트(Giant)는 관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장의 생산을 대폭 늘렸으나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출처= Gian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전거 판매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왜냐고?

코로나 대유행으로 모든 체육관은 문을 닫았지만 우리 몸은 계속 운동하기를 원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은 피하고 싶고, 여전히 야외 활동을 하고 싶고, 오랜 기간 집 안에 갇혀 있으면서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과 같은 단순한 즐거움을 갈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전세계적인 자전거 부족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제조사인 대만의 자이언트(Giant)는 앞으로 한동안 공급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이언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한 뒤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장용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대만 본거지로 옮겼다. 이듬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자전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자이언트는 대만에서의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자이언트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만의 생산 설비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다시 중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중국산 제품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다행히 자전거도 그 목록에 들어갔고 덕분에 자이언트는 중국에서 미국 시장용 자전거를 생산하는 것이 쉬워졌다.

그러나 자전거에 대한 관세 면제가 이번 달에 만료되기 때문에 자이언트는 공급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월 1차 무역합의를 도출했지만 두 나라가 다른 이슈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관세 면제가 지속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이언트의 보니 투 회장은 "중국을 떠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무역장벽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자이언트는 수십 년 전에 미국의 상징적인 자전거 브랜드 슈윈(Schwinn)을 만들며 유명해지면서 자전거 업계의 최강자가 되었다. 중국이 제조업 중심지로서의 대만을 배격하기 시작하자 자이언트는 대만 서부 타이충(臺中)시 근처의 공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중국에 공장을 개설했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에서 5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총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자 자이너트도 중국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한 달 반 동안 문을 닫았다. 그 기간 중에 유럽과 미국이 봉쇄령을 내리면서 수입업체들의 주문 취소가 이어졌다.

그런데 4월부터 미국의 판매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자이언티의 모든 공장들은 그 동안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풀가동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나 투 회장은 자전거 수요가 그렇게 늘어나도 생산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 세계에서 갑자기 급증한 자전거 수요가 코로나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붐은 언젠가 끝나게 마련이지요. 빨리 끝나느냐, 천천히 끝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투 회장은 중국내 경쟁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봉쇄령이 촉발한 수요 급등에 편승해 값싼 자전거를 대량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중국의 가장 큰 자전거 공장 도시의 운을 되살렸지만, 그녀는 이미 지난 해 중국의 자전거 공유 거품이 터진 후 급격히 판매가 떨어졌던 것을 경험한 바 있다.

투 회장은 중국 업체들은 왜 고객들이 품질보다는 가격에만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고객들은 레드 와인 한 병에 수만 유로를 기꺼이 쓰는 사람들입니다. 왜 그들이 60달러짜리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고 생각한단 말입니까?”

▲ 자이언트의 보니 투 회장은 갑자기 급증한 자전거 수요가 코로나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 Hong Kong Free Press

중국에 관한 한 그녀의 관심은 자이언트의 인력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중국 젊은이들이 공장 일자리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에 대량 해고 붐이 일고 있지만 중국에서 공장 고용은 여전히 어렵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1명을 채용하려면 3명이 줄을 서야 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3명을 고용하려 해도 단 1명이 줄 서는 것을 보기가 힘듭니다.”

투 회장은 이런 지정학적 난기류 속에서 중국 자원을 어떻게 가장 잘 사용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이라도 무역 전쟁을 취소한다면?

"물론 우리는 중국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망설일 문제가 아니지요.”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정도로 양국 관계 가 초긴장 상태이지만 양국간의 비즈니스 관계는 견고하다.

자이언트는 최근 헝가리에 공장을 열었으며, 내년에 헝가리에서 30만 대의 자전거를 생산할 계획이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베트남으로 가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는 자이언트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투 회장은 말했다. 자전거 시장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이언트는 언젠가는 미국에서 제조할 수 있을까?

투 회장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 회장은 “미국에서 자전거를 만든다 하더라도 로봇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우리가 더 많은 자동화를 할 수 있다면,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자전거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많은 미국인 노동자들을 참여시키지 않는 것뿐입니다.”

서구의 제조업 쇠퇴는 서구 지역을 2020년에도 큰 변화가 없는 자전거 산업이 다시 정착하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세계적 자전거 붐은 이 어두운 순간에 나타난 일종의 변형된 수요다. 세계의 도시들이 자동차를 제한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을 더 잘 수용하기 위해 거리를 정비하고 있다. 유럽 정부들은 자전거 인프라와 자전거 홍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요즘 같은 여름 오후에 투 회장은 타이중시에 있는 자이언트 본사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쓰고 청록색 자전거 복장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회사는 타이충시의 허름한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놀라운 자연미가 넘쳐난다. 푸른 산, 반짝이는 바다, 아름다운 그늘로 가득하다. 대만은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거의 없고 집단 봉쇄조치도 하지 않았다(누적 확진자 485명, 사망자 7명).

투 회장은 밝은 파란색 전기 자전거로 언덕을 올라가면서 활기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