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이 중국 화웨이 고사작전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차단하는 한편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화웨이 반입을 금지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모든 반도체가 화웨이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버렸다. 

화웨이 최악의 위기가 시작된 가운데, 관건은 '시간'이라는 말이 나온다.

▲ 출처=화웨이

"다 틀어막는다"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중국 화웨이 공급을 차단한다는 제재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막으려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한편, 미국 기업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공급도 막은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더욱 수위가 높은 카드를 꺼냈다. 지금까지는 화웨이가 주문한 반도체에만 제재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글로벌 반도체 부품으로 제재의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화웨이로 흘러가는 모든 반도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차단했을 당시 화웨이는 대만 TSMC와의 연합으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이런 가운데 TSMC가 미국의 손을 잡는 한편, 미국이 화웨이 전용 반도체 원천봉쇄에 들어갔을 때는 위탁생산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미디어텍과 협력했다.

그러자 미 상무부는 아예 화웨이로 흘러가는 반도체를 완전히 '제로'로 만들겠다는 제재를 꺼내들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기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화웨이는 미디어텍을 통한 기성품을 전달받을 수 없고 제3국의 반도체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화웨이가 기댈 곳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저 미 대선에서 화웨이 제재를 주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국이 펼쳐지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TSMC마저 화웨이와 등을 돌린 현재, 화웨이의 반도체 비축량은 내년 초가 한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현지서도 우려 나온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압박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규제안을 검토중이지만 반도체 거래에 대한 이와 같은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를 달성하려는 기존의 부분적인 제한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어 "중국에 민감하지 않은 상용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반도체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고, 이것이 미국의 경제력과 국가 안보에 핵심이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퀄컴과 같은 일부 기업은 화웨이에 대한 자국 정부의 압박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퀄컴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 설득에 나섰다고 전했다. 퀄컴은 미국 정부의 제재 탓에 매년 80억 달러(한화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삼성과 대만의 미디어텍과 같은 외국 경쟁업체들에 내주게 됐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중이다. 퀄컴은 "5G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기술과 주도권이 위협을 받게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국가 이익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계도 나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 고위관리자 3명이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대정부 로비 업무를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패트릭 윌슨 전 상무부 비즈니스 연락 담당 이사가 미디어텍의 대관부서 부사장으로, 존 쿠니 국제무역국 부차관보는 스카이 워터 대관업무를, 리치 애쉬우 전 산업보안국 차관보가 반도체 공급 업체 램 리서치의 글로벌 대관업무 부문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제재 실현으로 입을 회사와 반도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로비 활동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출처=삼성전자

한국 반도체도 위기?
미 상무부의 제재안에 따르면, 한국의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도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다.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의 눈 밖에 날 것을 각오하고 화웨이와 거래겠다고 나설 이유도 없다.

걱정이 깊어지는 이유다.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한편 코로나19 재확산 기조까지 겹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미 상무부의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에 대한 압박에 일종의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입지가 약해지며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기회비용을 따져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큰 손인 화웨이가 흔들리면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부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주로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도 심각한 불확실성의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