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하락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여름철 비수기를 맞이하면서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기록했지만, 매물 잠김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매수 심리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전세시장의 경우 매물 잠김이 지속되면서, 매수로도 수요가 옮겨가고 있어서다. 성수기가 몇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시장 불안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N서울타워에서 한 시민이 서울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고 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부동산 대책 효과 '아직'...매매가 호가 여전, 전세값은 고공행진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연달아 내놓은 정부가, 집값 하락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시장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1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와 동일하게 0.09%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보합세를 보인 것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감소한 영향이다. 강남3구 가운데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0.01%, 0.11%를 기록하면서 전주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강남구의 경우에도 전주보다 소폭 오른 0.07%를 나타냈다. 보유세 부담과 더불어 단속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지적된다. 그러나 아파트값이 이미 신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매물 잠김이 여전한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이를 견인하며 10억509만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인기가 많은 알짜 지역의 경우 매물이 나오지 않으며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프리미엄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강남 도곡동의 도곡삼성래미안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현재 22~23억원 수준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지난 6월 20억50000만원에 거래되면서 경신한 신고가와 억대 격차를 벌렸다. 인근의 중개업자는 "잠실이나 대치가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수요가 이쪽으로 몰렸다. 단속이 나와서 장사를 쉬는 곳도 있겠지만, 집주인들이 부르는 가격이나 매물 나오는 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 상승률이 여전하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의 경우에는 매물이 잠기고 호가는 오른 가운데, 매수자와 매도자가 상황을 지켜보는 '눈치보기 장세'로 들어선 것과 비교된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으로 인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절반 남짓 되는 금천(0.21%), 도봉(0.20%), 노원(0.18%), 성북(0.16%), 동대문(0.15%), 구로(0.14%) 등은 여전히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부는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자는 "지금은 비수기다. 이사를 보통 초가을에 준비해서 겨울, 봄까지 많이 간다. 개학 일정이 맞춰서 그렇기도 한다. 보통은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보니 가끔 가다가 괜찮은 물건이 나오기도 했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매수세와 더불어 전세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임대차3법(전월세 신고제,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본격 시행으로 인해 미리 시세를 반영하려는 임대인들이 등장 중이다. 정부는 시장을 달래기 위해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지만, 대책이 현실화하는 2~3년까지 대기 수요를 받춰줄 전세시장은 가격이 두달 연속 오르고 있다.

서울에선 학군이나 직장 배후 수요가 뒷받침되는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전세값 변동률은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우며 0.12%를 기록했다. 강동(0.39%)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이어 노원(0.33%), 송파(0.22%) 등읻. 강남(0.16%), 구로(0.16%), 영등포(0.13%)도 0.1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서울 접근성이 양호한 경인 지역 일부로도 옮겨가고 있다. 지역별로 과천(0.24%), 광명(0.21%), 하남(0.21%), 안양(0.17%) , 의왕(0.17%), 용인(0.14%), 남양주(0.13%), 부천(0.11%) 등이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 성수기가 바짝 다가왔다. 부동산 업계에선 통상 8월말부터 계약 등 이사를 준비해, 9~11월초까지 이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매매와 전세 모두 매물 잠김이 지속돼 시장 불안이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규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가 아파트 위주로 매수자 관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매수 전환에 나선 실수요가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간간이 유입되고 있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으로 휴가철에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주여건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나타나면서 지난주 주춤했던 전셋값이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휴가철이 마무리되고 본격 이사 시즌에 접어들면 전세난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