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전세가 귀해요"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전세난(전세 물건 부족으로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시장에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시행을 예고했다. 이때부터 집주인과 세입자의 눈치보기에 전세 물건은 사라졌다. 

지난달 31일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됐다. 시행 2주 째, 서울 내 전세 물건 호가와 실거래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세 물건은 4000만원이 올라 7억2000만원에 나와 있다. 계약이 이뤄지면 4년 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높게 내놓는 것이다. 

임대차 2법 시행과 더불어 공급 확대 소식이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호의 주택 추가 공급을 한다고 발표하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이전보다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이 임대차시장에 유입되면서 전세 물건은 더욱 귀해졌다.

▲ 출처 = 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 '8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돼 0.17% 올랐다. 수도권(0.22%→0.18%), 서울(0.17%→0.14%)은 상승폭이 축소됐다. 지방(0.18%→0.17%)은 상승폭이 축소됐다. 

서울(0.17%→0.14%)은 전세 거래가 없어 전세가 변동률이 전주 대비 소폭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484건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1만464건의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달 들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전세 계약도 329건이다. 

강남 4구 전세가는 소폭 축소됐다. 강남구(0.21%)는 대치·도곡동 학군 선호 지역 위주로, 서초구(0.20%)는 반포동 신축과 정비사업 이주수요 영향에 잠원동 위주로 올랐다. 강동구(0.24%)는 고덕·강일동 신축 단지, 송파구(0.22%)는 잠실·신천동 인기 단지와 방이·거여동 구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 

강남 '알짜' 단지에 집주인들이 복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세입자가 4년 거주할 수 있게 돼, 세를 주지 않고 실거주 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었다. 대치동 E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 시행되고 강남에 개발 호재도 겹치니 집주인들이 실거주하려고 돌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 4구 이외에서는 상대적 저평가 단지 오름세가 계속됐다. 동작구(0.14%)는 상도·신대방동 위주로, 영등포구(0.10%)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 

강북에서는 마포구(0.19%)가 연남·현석·신수동 등 구축단지 위주로, 성동구(0.17%)는 금호·행당·하왕십리동 등 역세권 대단지 위주로 올랐다. 강북구(0.16%)는 동북선 호재 있는 번·미아동 위주로, 성북구(0.15%)는 돈암·정릉동 위주로 올랐다. 용산구(0.15%)는 이촌동 대단지와 교통 양호한 신계동 위주로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은 역세권이나 학군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면서도 "계절적 비수기와 장마 등의 영향에 일부 수요가 감소하며 전세가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경기.인천에는 정비사업과 교통호재 있는 지역에 청약 대기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0.05%→0.03%)은 부평구(0.13%)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호재 있는 삼산·산곡동 위주로, 계양구(0.05%)는 산업단지 배후수요 있는 계산·병방동 위주로 올랐다. 연수구(-0.08%)는 송도신도시 신규 입주 물량 영향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경기(0.29%→0.23%)에서 수원 권선구(0.53%)는 호매실지구 신축 위주로, 용인 수지구(0.20%)는 신분당선 역세권 단지 위주로, 수원 팔달구(0.14%)는 화서·우만동 위주로 상승했으나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관계자는 “수원 영통구는 수원발 KTX, 수인선 복선전철,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GTX-C 등 교통 호재와 광대역교통망 정비로 출퇴근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이의동 일대와 망포동 일대에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안양(0.18%→0.21%)은 만안구와 동안구에서 고르게 올랐다. 의왕시(0.18%→0.19%)도 올랐는데, 임대차 3법 시행과 청약 대기 수요 영향에 전세 물건이 귀해졌기 때문이다. 안양 B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안양 재개발 되는 곳이나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는 청약 대기수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