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지난해 KG동부제철 회장 취임식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국민이 낸 세금을 조달 받은 동부제철을 반드시 납세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직원들과 약속했는데, 이 말이 현실이 돼 기쁘다"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은 KG동부제철의 올해 2분기 경영 실적 호조를 두고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 위기속에서도 예상외 실적을 거두자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의 실적이 대부분 저조한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 특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KG동부제철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0년 2분기 및 상반기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6%(1229억원) 줄어든 1조163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급감으로 판매량이 5만5000톤 감소하고, 판매 가격은 1톤당 3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1월 단행한 강관 생산 중단도 매출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황 악화에 따른 매출 위축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32%(435억원) 늘어난 5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9%로 3.9%포인트 상승했다. 이익 중심의 경영 전략과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익을 큰 폭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금을 지원받는 기업이 아닌, 세금을 내는 회사'가 됐다.

영업이익 급증에 이자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 등까지 이루어지면서 경상이익은 1년 전에 비해 956억원 증가한 327억원, 당기순이익은 32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경상이익의 경우 반기 기준 12년 만의 흑자 전환으로, KG동부제철에 고무적인 성과다.

▲ 출처=KG동부제철

KG동부제철은 코로나19발 경기 침체 속 '어닝 서프라이즈'의 비결로 '체질 개선'을 꼽았다.

곽재선 회장은 "KG동부제철은 KG그룹에 인수된 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과 체질 개선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숨은 그림 찾기'의 비유를 들었다.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은 그동안 제조업 마인드로 운영돼 왔으나, 사실 철강업·가공업·유통업 등에 가깝다"며 "숨은 그림을 찾아내듯 원료 구매·생산·판매 파트가 유기적이지 않게 따로 노는 불협화음을 발견했고, 이를 통합·공유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해결한 것이 흑자 전환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구매·판매 파트를 통합 운영해 비용 및 판매가를 공유하도록 한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곽 회장은 "채팅방을 만들어 2~3개월 후 원료 구매 가격과 날짜 등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며 "이러한 시스템으로 철강 가격 변동에 적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수익 극대화 목표의식에 집중하게 되는 등 책임감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곽재선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임직원들에게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생산 효율성 극대화와 제조 경비 절감 등 개개인의 업무 방식 개선 뿐 아니라, 회사의 골격을 재조립하는 사업 구조 리빌딩으로까지 이어졌다.

KG동부제철은 먼저 동일 사업을 영위하던 자회사 KG동부인천스틸(현 KG동부제철의 인천 공장)을 흡수 합병 해 물류비와 시스템 중복비 등에서 비효율적인 비용을 제거, 연간 70억원을 절감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강관 사업부도 대내외적 환경 악화를 고려해 영업 중지와 생산 중단을 결정, 생산 설비를 매각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강골 구조 사업인 건재 부문은 특수성과 전문성을 살려 전문 건설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KG동부E&C라는 신규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강관 부문과 마찬가지로 5년 연속 지속적인 적자 국면에 머물던 건재 사업은 분사 후 상반기 기준 21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곽 회장은 "앞으로 더욱 과감한 설비 투자와 함께,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쓰겠다"며 "칼라 라인 4기와 종합 연구소를 건설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재편해 고객·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G동부제철은 현재 충남 당진 소재 공장에 총 655억원을 들여 칼라 라인 2기를 신설하고 있다. 열연 사업 이후 약 12년 만의 신규 투자로, 고부가 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창출이 목적이다. 해당 설비는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건재 23만톤과 가전 7.5만톤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100억원을 들여 설립 중인 철강 전문 연구소 또한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안정적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격화된 경쟁보다 해외 활로를 찾겠다는 설명이다. KG동부제철은 현재 45% 수준인 수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는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곽 회장은 특히 컬러 강판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KG동부제철의 컬러 강판 제조 능력은 동국제강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곽재선 회장은 "KG동부제철은 과거 열연 사업의 실패로 수년 간 만성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픔을 겪어 왔지만, 현재는 국내 2위 칼라 강판과 해외 수출 1위 석도 강판 등을 보유해 표면 처리 업계의 최고에 올라설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