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송(龍松), 140×140㎝, 2019

풍상에 휘어진 검고 붉은 소나무가 뜨거운 열망을 토해내는 듯하다. 가슴 저 밑바닥에 응어리졌던 상처가 용암으로 솟구치며 녹아내리는 카타르시스처럼 억겁세월 식지 않은 생생한 혼(魂)의 기운은 한국인의 저력을 고스란히 빼닮았다.

선지(宣紙) 위 먹의 번짐과 긋고 칠한 거칠고 딱딱한 기법으로 소나무의 강인함을 우선한 화면이다. 휘고 뒤틀린 해체된 상징성 속 본질을 함축한 솔의 그루터기는 늘 푸르른 그 이상의 무언가 또 다른 담론을 피력하듯 어떤 여운을 드리운다. 그런가하면 적송과 백송을 통한 연리목(連理木)형상 저 자연의 오묘함은 상생의 강렬한 희망을 표출내고 있다.

▲ 용송 2m×70㎝, 2020

◇생각과 붓에만 의지

은산 강금복 작가는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졸업했다. 2013~2014년 연속 대한민국 세종정부종합청사 국가미술품공모에 당선됐다. 가로21m, 세로4.5m ‘용송(龍松)’ 대작으로 당선첫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2016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9년 한국문화미술협회 명가명작초대전 한국화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작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노동이다. 화면과 소리 없는 내면의 싸움인데 큰 작업은 어느 부분에선 이미 내 시야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넓게 움직여야 한다. 눈과 마음이 사방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면 엷은 종이와 검은 먹, 부드러운 모필(毛筆)의 표현은 한번 붓질이 잘못되면 작가의 주관이 흔들리고 결국은 찢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긴장감과 절대적인 붓질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그러나 어느 정도 예견은 하면서 그리는데 그럼에도 대작은 행복한 예술노동의 깊은 맛을 선사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 작업실에서 강금복 작가

한편 한국화가 강금복(은산 강금복,강금복 작가,KANG KUM BOK,Eunsan KANG KUM BOK,隱山 姜錦福,강금복 화백)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 ‘달·꿈 묵향은 흐르고’전시는 8월24일부터 9월11일까지 전남 무안군 소재, ‘전남도청 갤러리’에서 열린다. 인터뷰말미, 작업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나는 지루하고 멍청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는다. 붓을 들고 마음을 조금씩 표현해 갈 때 제일 행복한데 무념무상 오로지 생각과 붓에만 의존한다. 구상(構想)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듯, 그냥 붓을 휘두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는 것보다 어떤 느낌이라는 감각의 묘사가 화두가 아닐까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