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전 롯데로지스틱스) 대표(부사장)가 롯데의 물류 계열사 사령탑에 오른지 3년. '재무통' 전공을 살린 박 대표 손길이 닿으면서 롯데로지스틱스는 만년적자 꼬리표를 뗐고, 지난해부턴 사명까지 바꾸며 화려한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2020년, 박 대표는 그룹내 역점 사업인 '롯데ON'과 함께 미래 유통 비전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써 '물류 DNA' 역량을 한껏 실현중이다.

9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 통합 물류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박 대표가 수장에 오른 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16 이후 만년적자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86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올해 역시 흑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계열 물류사 합병 후 추진한 박 대표의 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 대표는 재무 전문가이자 유통 산업 분야에 식견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지난 1988년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에서 경리, 감사 업무로 롯데와의 인연을 시작한 뒤 2000년 롯데장학재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8년까지 재무를 담당했다. 2009년부터 물류와 첫 연을 맺고 롯데로지스틱스 영업관리, 유통물류부문장을 역임하며 현장 경력을 쌓았으며, 2017년부터는 대표(전무, 현 부사장)에 올라 롯데 물류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무통'으로써 기획 능력을 쌓았고, 물류 바닥부터 중책까지 맡은 '현장 경험'으로 뛰어난 조직 운영 능력과 리더십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박 대표는 경영 디테일을 미리 집고 체크하며,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재무·환경적으로 준비하는 역량이 탁월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시장확대·점유율 상승 효과 시너지…2023년 매출 5조 정조준

"전략적인 인프라 확충과 시너지 극대화, 디지털 기술 기반의 물류 서비스, 혁신적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2025년 매출 5조원을 올릴 수 있는 물류 회사로 성장하겠다"

박 대표가 지난해 3월 밝힌 롯데글로벌로지스 청사진이었다. 시장확대와 물류기반 확충, 물류 허브 강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달성하겠단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물류 경쟁력 강화, 서비스 고도화도 빼놓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재무와 물류 모두를 경험한 인물로 적지 않은 기간 각 부문에서 역량을 쌓은 만큼 물류의 현재와 미래, 인프라 투자, 그리고 환경 변화를 읽어낸 후 이같이 명료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게 회사 안팎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2018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8000억원. 이를 감안하면 몸집을 약 3배 가량 불리는 다소 황당한(?) 목표 설정이란 시장의 우려도 나왔다. 말 그대로 '닥치고 공격 경영'인 셈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1년 만에 이 같은 우려를 보기좋게 벗어 던졌다.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 매출이 약 2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경영목표에 한층 다가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대표의 자신감 배경으로 롯데그룹이 지닌 탄탄한 유통 인프라를 꼽는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ON'과 더불어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유통 비전의 날개 역할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 몰 '롯데ON'이 이커머스 사업에 집중한다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를 매입하고 전달하는 핵심역할을 담당한다. 그만큼 롯데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 사업으로 주목하는 바가 크고, 적지 않은 투자도 집행되는 상황이다. 

'충분한 물류 경험'은 또 다른 배경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쇼핑, 롯데GRS 물류, 그리고 롯데ON과의 동행을 통해 기본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상당하다. 이 회사 역시 계열사들 물류를 담당하며 공산품, 식품 분야 물류 경험을 소화한 과거의 행보들이 도움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즉,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이야기다.

▲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진천물류허브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택배시장 전망이 장미빛이란 점 역시 박 대표의 청사진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높게 예견되는 요소다. 최근 몇년간 온라인 쇼핑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추세에 더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 수요가 증가하면서 택배 물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롯데글로벌로지스 매출액(676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6.2% 증가했고, 영업이익(48억원), 순이익(7억원)은 흑자전환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 그가 가장 집중하는 시장은 택배 부문. 롯데글로벌로지스 시장 점유율은 15% 미만으로, 한진과 점유율 2~3위를 놓고 경쟁중이다. 시장점유율 50%를 넘나드는 대한통운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무리가 있어 당분간 업계 2위 자리를 굳히는데 전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인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역대급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진천 택배메가허브터미널(2022년 준공), 여주 통합물류센터, 양산 영남권 통합물류센터(2021년 준공) 등 물류 허브 투자에만 약 8000억원이 소요될 계획이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첫 행보로 진천 사업장을 방문했을만큼 그룹에서 거는 기대감도 크다. 롯데는 해당 터미널 건설을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한다.

▲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내실 다지고 퀀텀점프

과거 롯데글로벌로지스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택배부문 운임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은 '현장 경험'이 충분한 박 대표의 경영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기준 CJ대한통운은 전년대비 운임을 3.9% 올렸고, 한진 역시 2.5% 인상했다.

반면 롯데로지스틱스는 상승률이 0.7%에 그쳤다. 당시 이 회사는 2017년 174억원, 2018년 94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덕분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물량 처리 비중은 18.8% 늘었다. 적자를 감수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실 다지기를 마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는 중이다. 외형 키우기(점유율 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류 산업이 설비산업적인 특성을 갖은 만큼 한정된 자산으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어서다. 

때문에 박 대표는 물리적 인프라 투자와 병행해 빅데이터, IT, AI 부문과의 협업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콘텐츠 관리(ECM), 통합연계(ESB) 솔루션, API매니지먼트(APIM) 솔루션 등 차세대 시스템 정착을 통해 1상자에 소요되는 물류비용 4% 절감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