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발열 현상이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과열은 배터리 수명을 저하시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특히 충전 및 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배터리 수명·성능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자 수준의 구조적·화학적 변화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5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나노입자연구단의 현택환 단장과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유승호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리튬 이온 배터리 전극 물질의 온도에 따른 구조 변화를 관측하고, 배터리 열화 과정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 상온과 온화한 열 조건 하의 리튬 이온 배터리 구조 변화.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전자 기기 대부분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리튬 이온이 충전 때는 음극으로, 사용(방전) 시에는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열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온도가 배터리 성능에 끼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 이산화티타늄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실험을 진행했다. 충전·방전 시 온도를 다르게 설정해 이산화티타늄 전극 구조의 변화를 관측한 결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2차 상변화가 포착됐다.

종전까지는 배터리 충전 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이산화티타늄과 반응, 상을 한 번만 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진의 분석 결과, 상온보다 20~30℃만 높아져도 1차 상변화 후 추가적인 상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전자 기기가 흔히 도달하는 40℃ 수준, 고온이 아닌 온화한 열 조건에서도 예상치 않았던 추가 상변화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 고온 충전·방전 후 전극 구조 변화.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이어 연구진은 전자현미경으로 2차 상변화에 따른 전극의 구조 변화를 관찰했는데, 상변화가 추가적으로 일어나자 에너지 장벽이 높아지면서 이산화티타늄 전극에 있던 리튬 이온의 이동성이 저하됐다.

마치 동맥경화처럼 전극 내부에 리튬 이온이 축적되다가, 충전·방전 과정을 거듭하면 결국 이산화티타늄 구조에 결함이 생기면서 비가역적으로 손상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 안정성의 핵심인 열화 과정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향후 차세대 배터리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승호 교수는 "발열을 수반하는 에너지 장치의 배터리 설계에 있어 온도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면서 "온도가 높아지면 추가적인 상변화가 발생해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저하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최근 전기자동차의 수요 급증과 함께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 개발이 중요해졌다"며 "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용량이 높고 안정적인 동시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에 이날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