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트 야간 전경. 사진=디오트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패션전문 도매업체인 디오트가 창동민자역사 M&A에 뛰어들었다. M&A의 중요단계가 일단락되면서 최종 성공 여부가 이제 서울시 결정에 달렸다. 

5일 구조조정 업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창동역사디오트’가 창동역사 회생 M&A에 조건부 투자계약자로 선정됐다. 

조건부 투자계약은 회생기업에 대해 조건부로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공개입찰을 하는 방식이다. 공개입찰에서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조건부 계약자가 최종 인수인이 되고, 더 높은 가격을 낸 응찰자가 나오면 기존 계약은 해지될 수 있다. 흔히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M&A로 불린다. 

디오트는 동대문패션특구에 총 13층 규모의 패션전문도매상가다. 창동역사디오트는 창동역사 M&A만을 위해 설립한 에스피씨(SPC,특수목적법인)이다. 창동역사디오트가 조건부 투자자로 선정되면서 회사는 실사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갖게 됐다. 디오트는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 형태로 이번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창동역사디오트는 창동역사에 대해 약 1100억원 안팎의 규모로 투자금액을 제안했다. 이미 구조조정 업계는 창동역사의 인수금액이 최소 1000억원 안팎으로 봤다. 법원이 이미 창동역사의 1차 회생절차에서 분양피해자의 채권 900억원을 감액할 수 없는 법적권리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1000억원은 여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사업비 등을 고려해서 산출된 금액이다.

코로나19로 경색된 M&A시장 분위기에도 다수의 증권사와 디벨로퍼가 창동역사 M&A에 문을 두드렸다. 창동역사디오트의 이번 조건부투자계약은 회사의 신속한 투자결정으로 성사됐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인수의향자가 창동역사 M&A에 제안서를 냈지만 디오트가 회생법원에서 신속하게 증거금을 납부하면서 투자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M&A의 증거금은 일반적으로 인수제안금액의 10%다. 

 

공사가 중단된 채 10년동안 방치되어 있는 창동민자역사. 사진=이코노믹리뷰DB

◆ 남은 건 용적률 완화 뿐

지난해 1차 회생절차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 M&A에 뛰어들었으나 턱없이 부족한 인수금액을 제시해 분양피해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번 M&A에서는 최소한 인수금액 규모는 논란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창동역사의 조건부 투자계약이 일단락되면서 공은 다시 서울시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이제 창동역사의 용적률 완화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창동역사의 용적률 완화는 1차 회생절차 과정에서도 나왔던 문제였다.

투자자가 창동역사의 사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창동역사의 층수가 높아져야 한다. 앞서 1차 회생절차에서 인수인으로 나섰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창동역사가 최대 400%까지 용적률이 완화돼야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창동역사는 지난 2004년 용적률 120%로 사업허가를 받아 설계됐다.

구조조정 업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창동역사디오트가 이 용적률을 조건부 투자계약의 '조건'으로 제시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용적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투자계약은 조건의 불성립으로 좌초될 수도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창동역사의 용적률 완화는 전적으로 서울시의 결정에 달렸다.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위원회가 이 결정의 주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3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장기 방치 건축물 가운데 창동역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차 회생절차 당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금액을 정하지 못해 탈락하면서 이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됐다. 

결정의 주체는 서울시에 있지만,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 분양피해자들의 호소다. 서울시 정책결정에 정치권의 조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양피해자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이 선거가 있을 때마다 흉물스러운 창동역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해당 지역구 의원이다. 인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방치되고 있던 창동역사로 상대후보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는 창동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를 2023년 5월 완공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산업단지는 지하 7층∼지상 16층 문화창업시설, 지하 7층∼최고 49층 오피스텔의 두 건물로 짓고 이를 연결해 만든다. 연면적 14만3천551㎡다. 또 인근에는 총 5284억원 사업비 규모의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도 진행 중이다. 

2008년에 공사가 시작된 창동역사는 공사 이후 주주가 무단으로 회사를 보증인으로 세우고 분양대금을 횡령했다. 이 일로 임직원이 구속되고 약 900명의 분양 피해자가 발생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창동역사는 2010년 27.6%의 공정률에서 공사가 멈춘 채 현재까지 흉물로 남아 있다. 창동역사는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았으나 M&A가 무산되면 폐지, 올해 두 번째 회생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