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인도의 제2외국어로 선정됐고 중국어는 탈락!’이라는 뉴스가 한국의 TV방송은 물론 지방신문에까지 재생산 보도되었다. 인도관련 소식에 이렇듯 많은 언론이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인도는 국가 교육정책을 2차 개정 이후 28년 만에 3차 개정을 했다. 지난 7월말 발표된 국가 교육정책 2020 (NEP 2020)에는 한국어가 교육 대상 외국어로 채택됐다.

종전까지 지정되어온 중국어는 인도 동북부 국경지역에서 벌어진 수 차례 유혈 충돌 등으로 반중(反中) 분위기가 증폭되면서 최종 선정단계에서 탈락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어는 교육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8개 외국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NEP2020 정책 원문(영어)에서 ‘한국어를 교육 과정에 포함시킨다’라고 언급한 대목을 확인하면서 기뻤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불모지 인도 대륙에서 늦게나마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도 교육정책에서도 확인된다는 것은 뜻 깊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된다. 인도 정부가 발표한 교육대상 외국어 리스트에는 아시아에서 태국어와 일본어도 함께 올라 있다. 중국어가 탈락하고 아시아에서 한국어가 유일무이하게 선정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다 가리고 ‘한국어 채택 중국어 탈락’이라고만 보도하는 언론 기사는 일종의 오도이고 왜곡이다. 인도 내 한국의 존재감에 대해 지나치게 고평가를 하는 것은 위험한 ‘국뽕’이 될 수 있다.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인도 특유의 자존심과 부딪힐 수 있다.

교역이든지 정부관계든지 국제무대에서의 ‘내 편 네 편’ 편짜기에서 인도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선 인도 알기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도에 접근하는 방식은 ‘나는 나를 아는데 너는 왜 나를 모르느냐’는 식이다. 인도는 한국을 당연 알아주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은 인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니와 심지어 알고 싶은 대로만 알고 꿰어 맞추는 접근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서는 지속적이면서도 동반 성장하는 관계 설정이 제대로 될 일 없다.

인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전체로 본 ‘인도 알기’도 중요하지만 28개 주 정부로 구성된 연방공화국 인도를 교류하고자 하는 영역에 관계되어 각각 구분된 인도(Little India)로 알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따라야 ‘한국어 채택 중국어 탈락’이란 오늘의 뉴스가 내일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인도인의 반중 정서로 어부지리를 바라는 정도의 진출전략이라면 중국이 인도에서 완전 배척되어 물러난다고 하여도 인도 기회가 저절로 한국 몫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에서만 보아도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와 대만 등 여타 경쟁국가들의 몫으로 돌아갈 확률이 더 크다.

이미 인도 시장은 글로벌 무대에 드러난 메가(Mega)마켓으로 그 안에서의 경쟁은 필연이다. 이 필연을 외면하고 요행수로만 인도시장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고 쟁취할 수 있는 전략으로 인도 시장을 기업의 성장 지렛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