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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넷플릭스 포비아 대하는 플랫폼의 속사정합종연횡 대항이냐, 협력이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미디어 시장의 2차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1차 지각변동은 IPTV 및 케이블 등 유료방송이다. 현재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LG헬로)를 인수한 상황에서 최근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합병 9부능선에 오르는 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다. 매물로 나온 CMB와 딜라이브가 새로운 주인을 모색하는 가운데 당분간 '쩐의 전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2차 지각변동은 OTT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가 지상파 3사와 연합해 티빙을 출시한 상황에서 내달 1일 tvN과 엠넷 등을 소유한 CJ ENM과 JTBC가 OTT 합작법인 '티빙'(TVING)을 출범시킨다.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넷플릭스가 KT와 손을 잡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노코멘트"라고 밝혔으나 현재 양사는 협력을 전제로 일정정도 타결을 본 것으로 보인다. KT도 조만간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 이태현 웨이브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아득바득 웨이브
웨이브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이 합쳐지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아이지에이웍스 데이터에 따르면 6월 기준 가입자가 271만6484명에 이를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으나 최근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공룡 넷플릭스의 공습에 휘청이는 한편 추가 성장 여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우군이던 지상파 3사의 핵심 콘텐츠가 웨이브가 아닌 다른 OTT 사업자에 먼저 풀리는 등, 콘텐츠 수급에 있어 난항을 겪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웨이브 활용도가 낮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상파도 웨이브에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크다"고 말했다. 웨이브 출범식 당시 현장에 참석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방통융합의 가치를 큰 의미로 강조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셈이다.

웨이브가 최근 토종 연합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이유다. 당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K-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공동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외국 플랫폼의 득세에 맞서 토종 플랫폼 연합군을 구축하자는 의지다.

이 과정에서 티빙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30일 국회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간담회 'OTT-콘텐츠-방송, 경계와 발전 방안' 현장에서 "미디어 주권 상실 위기"라며 "콘텐츠에 대한 교차 제공이나 협력은 당연한 말"이라 주장했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가능성까지 회자되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연대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셈이다.

사실 웨이브는 출범 당시만 해도 토종 플랫폼이라는 프레임을 경계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시장 상황을 경계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국수주의로 흘러갈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출범식 현장에서 국수주의의 관점에서 "웨이브가 이겨야 한다"를 내세우는 것에는 부담스러운 반응을 보였으나, 규제에 있어서는 "그래도 다홍치마"라는 표현을 사용,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바 있다.

▲ KT 시즌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KT

KT의 선택과 후폭풍
웨이브가 고군분투하며 넷플릭스에 맞설 토종 플랫폼 연대를 주장하는 가운데, KT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판이 출렁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로컬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며 크게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한다. 바로 현지 2, 3위 플랫폼 사업자와 연대하며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도 동일하다.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이용자 및 결제 인프라 확보를 위해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이자 2위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 등과 손을 잡는 한편 CJ 계열의 스튜디오 드래곤에 투자했다.

다만 LG유플러스와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KT의 손을 잡으며 상황은 묘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KT는 웨이브와 동일하게 오픈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나, 웨이브가 그 대상을 토종 플랫폼과의 연대로 좁혔다면 KT는 그 영역을 넷플릭스와 같은 외국 사업자로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KT 입장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공격적인 팽창 로드맵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상태에서 최근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합병 직전까지 내달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OTT 시장의 최강자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면 전체 미디어 시장의 중량감을 크게 키울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을 당시 IPTV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의 존재감은 더욱 독보적이 될 전망이다.

KT의 이러한 전략적 판단의 기저에는 '플랫폼 평준화 시대'에 대한 대비가 깔렸다. 디즈니플러스는 아동용, 넥플릭스는 성인용 외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등 콘텐츠가 플랫폼의 성격을 규정하고 경쟁력을 정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의 전략보다 콘텐츠 수급이 더 핵심인 상황이 도래했고, 그 연장선에서 KT는 토종 플랫폼과의 연대가 아닌 넷플릭스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력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KT의 시즌과 넷플릭스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OTT 시장의 판도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 출처=갈무리

민감한 문제, 망 이용료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의 웨이브가 KT는 물론 티빙과의 토종 플랫폼 연대 가능성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한편, 정부도 K-콘텐츠 시장 생태계 강화를 위한 각 사업자의 동맹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KT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으며 각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게 됐다.

물론 티빙을 출시하는 CJ의 콘텐츠 선봉 중 하나인 스튜디오 드래곤이 티빙의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거나 지상파가 웨이브가 아닌 왓챠 및 KT 시즌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일부 전선의 교란은 있었으나, KT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후폭풍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망 이용료 문제에 있어 이번 협력은 다양한 시사점을 가진다.

현재 넷플릭스는 정당한 망 이용료를 국내 ISP에 지불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가 중단되고 법적인 소송전에 들어갈 정도로 논란이 치열하다.

SK브로드밴드는 글로벌 CP의 횡포라는 비판이다. 국내 CP들이 모두 망 이용료를 내는 가운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넷플릭스가 당연히 내야 하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으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킴에도 망 이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는 한편 넷플릭스가 제안하는 오픈커넥트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며 넷플릭스를 비판했다. 경실련은 "문제의 당사자인 넷플릭스는 '재정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하면서 최근까지도 합의를 사실상 거부해 오다가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법원에 제기해버린 것"이라면서 "글로벌 CP들이 부가통신사업자로서 국내 인터넷시장에서 인터넷통신사업자의 망을 독과점하는 등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재정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리도 맞지 않을뿐더러 부적법하다"고 비판했다.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라는 대안을 내놨다.

오픈 커넥트는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서비스라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회원들은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즐기는 ‘한 방향' 형태로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트래픽의 총량을 미리 예측하기 편리하다. 오픈 커넥트 방식의 ’미리 준비한 새벽 콘텐츠 배송‘과 스트리밍의 단방향 전략의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이유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수년간 전 세계 통신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혁신적인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 카탈로그를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저장한다"면서 "ISP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소비자는 빠르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넷플릭스와 계약한 LG유플러스 등 3개 ISP는 오픈 커넥트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T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으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KT에도 오픈 커넥트를 제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업계 핵심 관계자는 "정확한 조건은 추후 관련 내용이 발표되어야 알겠지만, 넷플릭스가 KT에는 오픈 커넥트를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계약할 당시 콘텐츠 수익 배분에 있어 절대적으로 불리했고, 오픈 커넥트를 이용해야 했지만 KT는 사정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T가 넷플릭스와 계약하며 콘텐츠 수익 배분도 적당히 챙기는 한편, 망 이용료도 일부 받는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모두 '언짢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치열한 망 이용료 분쟁을 겪으며 법정 소송까지 진행하는 중이다. 웨이브가 넷플릭스와 연대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인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같은 외산 플랫폼의 공습에 K-콘텐츠 시장이 형편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이 국회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려는 통신사에 "여우를 잡으려고 호랑이를 들이는 꼴"이라 지적한 이유다.

넷플릭스와 외로운 싸움에 나서는 처지라, KT와 넷플릭스의 연대는 더욱 뼈 아프다.

사실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를 전방에 내세웠으나 외국 일부 나라에서는 ISP에 망 이용료를 일부 지급하는 중이다. 실제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서비스 속도 저하 문제와 망중립성 규제에 대한 FCC(연방통신위원회) 패소 판결 등에 따라 지난 2014년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을 비롯해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Orange) 등 ISP 사업자들과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지난 2010년 시작된 레벨3(Level3)와 컴캐스트와의 분쟁 이후 관련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한 가운데, 2014년 2월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와 망에 직접 연동하는 대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유럽에선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구글 등으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홀로 넷플릭스의 대척점에 서며 망 이용료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넷플릭스의 손을 잡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한편 LG유플러스도 미묘할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계약할 당시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했으나,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KT와 계약을 하며 상대적으로 KT에 많은 양보를 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KT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1인자며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로컬 사업자와의 협력공식을 깨고 1위 사업자인 KT와 계약했기 때문에 많은 양보를 했다고 해도,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달라진 행태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일각에서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국내 사업자와의 연대를 두고 K-콘텐츠 생태계 붕괴를 논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말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력하며 판을 키우는 것은 토종 사업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이지만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현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웨이브 입장에서는 콘텐츠 시장과의 연대를 키우며 티빙은 물론 KT까지 염두에 둔 토종 플랫폼과의 새로운 전선 구축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7.31  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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