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오일뱅크 2분기 연결 기준 실적. 출처=현대오일뱅크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시장 예상을 뒤엎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분기에도 국내 정유업계의 적자 국면이 이어진 가운데,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공시한 국내 정유사들 중 유일한 흑자 사례로 올라서 시선이 쏠린다.

현대오일뱅크는 2020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액 2조5517억원과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정기 보수에 따른 가동률 조정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52%, 전분기 대비 42% 감소했다. 영업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격감한 수준이지만, 지난 1분기보다 102% 증가하며 흑자 전환됐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약 7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뒤엎은 것이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정유 부문에서 186억원의 적자를 본 것 외에는 다른 부문 모두 플러스(+) 실적을 기록했다. 혼합 자일렌 제조 사업과 카본 블랙 사업, 상업용 유류 터미널 사업에서 각각 323억원과 65억원, 43억원의 영업익이 창출됐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정제마진의 부진이 이어졌으나, 설비 경쟁력 및 유연 운용을 통해 정유 사업의 손실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특히 '초중질 원유' 처리에 승부수를 띄웠다. 초중질 원유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황 등 불순물이 많아 정제하기 까다로운 유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탈황 설비 등 업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 된 설비들을 통해 남미산 초중질 원유의 투입 비중을 높여 원가를 절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초중질 원유 투입 비중은 경쟁사 대비 5~6배 높은 33%까지 확대됐다.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정유 사업에서 낸 대규모 적자를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사업에서 일부 보전한 것과 차별화 되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연장으로 유가 상승이 예상되고,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이동 제한 조치 완화로 석유 제품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정제마진 또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력 유종인 남미산 초중질원유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초중질 원유의 가격 상승은 중동산 원유에 비해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기 보수 기간 중 하루 2만 배럴 규모의 탈황 설비 증설을 완료해 초중질 원유 추가 투입이 가능해졌다"면서 "하반기에는 초중질 원유의 경제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석유 제품 시황이 개선되면 연간 흑자 전환도 노려볼 만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