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고전적 영화 <대부>는 열 번을 봐도 늘 새롭고 재미있는 영화다. 내가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마(I’m going to make him an offer)”다.

양아들 조니가 월츠라는 감독이 찍는 영화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 돈 콜리오네(말론 브란도 분)가 하는 말이다.

묵직한 영화만큼이나 대사 역시 묵직하면서 울림이 있다. 만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말 그대로 ‘강요’란 것으로 표현했다면 얼마나 ‘씹는 맛’이 없어졌을까.

사실 영화 대사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도 이처럼 같은 말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대화의 명수들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또 나의 일에 흠이 가지 않게 말을 바꾸는 데 능숙한 외유내강의‘연금술사’들이다. 보통사람과 의사소통 달인의 차이점은 바로 이 안전판을 달 줄 아느냐 여부이다.

정치가이자 과학자이며 세기의 협상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안전판 언어표현의 필요성을 자서전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틀림없이’라든지 ‘확실히’라는 따위의 융통성 없는 말로 단정적으로 내 의견을 나타내는 말이나 표현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렇지 않을까’,‘이러리라고 생각한다’란 겸양의 말투를 쓰기로 했다. 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옳다고 주장할 때에도 단도직입적으로 그 의견에 반대한다든지 그런 말은 모순이라고 공박하면서 즐기는 짓 따위는 그만두었다.”

모보험사의 H사장은 어려운 시절을 겪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르신 자수성가 경영자이다. 내가 그분을 어렵사리 만나 뵙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런 입지전적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대학 시절 세신원을 하며 학비를 벌어 어렵게 공부하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왔는데 그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제 젊은 시절 이야기를 쓰실 때, 꼭 ‘때밀이’라고 말고 ‘세신원’이라고 써주십시오. 제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쓰는 것은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그쪽 분야 종사자분들에게 폐가 갈까 걱정이 되어서랍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그분의 전화를 받고, 진정으로 그분을 정상에 오르게 한 것은 세상을 향한 강한 도전정신 이전에 이 같은 상대에 대한 세밀한 배려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상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반영한다. 특별히 악의를 가지지 않았는데도 상대의 반감을 사고, 관계에 서툰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 뉘앙스 차이에 둔감한 경우가 많다.

2007년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내한했을 당시, 기자회견에 다녀온 한 인사는 “눈 깜짝 안하며 말을 요리하는 그의 능력이 탁월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어떠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긍정어’로 표현하더란 이야기였다.

대화로 호감을 이끌어내려면 말을 요리하는 데 노련하라. 부정적이고 감정적 뉘앙스의 단어에는 안전판, 에어백을 달라. 긍정적이고 완곡하고 유연한 표현이 상대의 맘을 사고, 내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뉘앙스의 차이를 민감하게 포착해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그리고 내 자부심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말을 바꾸라. 말에도 외유내강이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표현하면 남이 되지만, 감성적으로 표현하면 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