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무서울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자동차 산업계 노사간 첨예한 대립을 유발한 ‘노동 생산성 이슈’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 등 국내 자동차 분야 단체 26곳이 지난달 28일 공동 개최한 ‘제4회 산업 발전포럼 및 제9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두고 하는 얘기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서 열린 포럼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산업의 생산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부제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다. 지난해 이후 열려왔던 포럼들의 주제와 비교할 때 ‘노동’을 핵심 소재로 다룬 포럼으론 첫 사례다.

당일 포럼 현장에서는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의 노동력이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집중 분석이 이뤄졌다. 행사장에는 한국생산성본부, 자동차산업연합회, 금속노조 등 단체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장분석기관 뿐 아니라 노사 양측의 입장을 대변할 인사들이 참석한 덕에 '소통의 장'이 됐다. 

노동 생산성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 단위 시간에 투입된 노동량에 대한 산출량의 비율’이다. 지난달 포럼에서는 통계청 자료 ‘광업제조업조사’의 노동생산성 수치가 인용됐다. 통계청은 실질부가가치를 업계 종사자 수로 나눠 원 단위로 노동생산성을 분석한다. 실질부가가치는 기업의 총 생산액에서 원재료 등 중간재 매입 비용과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액수로 산출된다. 2016~2018년 기간 한국 자동차산업(자동차 및 트레일러)의 평균 노동생산성은 1억550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 1억7500만원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2007년 이후 자동차 산업 노동생산성 추이에서도 2008년 이후 10년 간 꾸준히 하락세가 나타났다. 포럼 현장에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동 생산성이 낮은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중소 부품업체 공정 노후화·효율 감소, 기업간 임금격차 등이 지목됐다. 노사 모두에게 따끔한 결과다.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의 노동력이 어느 정도 수준의 효율을 내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노사 간 민감한 사안이다.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난제일 뿐 아니라, 각자 입장에서 ‘밥줄’이 달린 문제여서다. 노동력을 사용하는 쪽은 노동 효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노동력을 발휘하는 쪽은 충분한 대가를 돌려받길 원한다. 정량·정성적 지표가 모두 반영된 사안이다 보니 노사 양측 간 대치 구도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협상이 툭하면 결렬되고 대규모 파업 시위 등이 벌어지는 등 노사 관계에 파국이 거듭돼온 가운데 노동 생산성 이슈에 대한 대면 논의가 이뤄진 점은 박수칠 만하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의 이면에 나타난, 자동차 산업 성장에 대한 희망의 불씨이기도 하다.

현재 노사에게 각각 내놓은 노동생산성 강화 방안을 시행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방안별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섣부른 행동이다. 다만 노사가 지금 유지하고 있는 소통의 장을 유지, 확장하고 후일을 도모하길 당부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포럼 말미에 표현했듯, 한국 자동차 생태계의 구성원들은 운명 공동체다. 부부관계에 빗댈 수 있는 자동차 업계 노사의 ‘사랑과 전쟁’이 해피 엔딩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