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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규제의그늘①] '규제' 또 '규제'…'악(惡)'으로 규정된 유통 대기업쏟아지는 유통규제…계류된 '기업 방지법'만 20개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지난 1993년부터 자리잡아온 대형마트는 대량구매, 저마진, 고회전, 셀프 구매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들이 도입한 생산·유통·판매 구조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20여년간 시장의 변화를 이끈다. 정찰제 도입, 신선식품 유통기한 확립 등 유통시장에 미친 변화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되면서 시장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대형마트의 출점 제한, 영업일수 축소 등의 규제가 생겨났고, 이들의 성장은 정체되거나 퇴보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의 대안으로 전통시장 육성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전체가 축소됐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소상공인과의 상생, 전통시장 육성을 유도한다는 법안의 취지도 무색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는 정당한 상업활동을 '표 몰이' 콘텐츠로 사용한 정치권의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분노 대상으로 이들이 이용됐고, 이 결과 유통업 전체의 성장이 아닌 양쪽의 발목만 잡았다.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10년…성과 없이 부작용만 가득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이들이 영업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의 규제를 이행해 오고 있다. 2010년 이후 매년 유통법개정안이 제출됐고, 이에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이 업계에 자리잡았다.

문제는 정치권이 주장한 법안의 목적 ①대기업의 지역상권 진출 규제 ②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육성 두 부문에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안 시행 10년이 지난 현 시점, 대형마트들의 수익율이 하락 추세에 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평균 매출 신장률(전년비)은 2015년 -3.2%, 2016년 -1.4%, 2017년 -0.1%, 2018년 -2.3% 등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 매출 증감률. 자료=통계청

이마트는 지난해 1507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7.4% 급감한 수준, 업계 2위 홈플러스 역시 전년비 38.3% 줄어든 16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롯데마트는 2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업계 2·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안산점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3개의 매장을 매각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 16개 점포 정리를 계획중이다.

▲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 자료=숙명여자대학교 서용구 교수

법안의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료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정진욱·최윤정 교수의 논문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2013)’다. 2012년 대형마트의 영업일수 제한 이후 1년이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한 보고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소비액은 월 평균 2307억원 감소했지만 이중 전통시장·소상공인점포로 전환된 소비액은 월평균 515억원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에는 온라인커머스가 성장하며 오프라인 전체의 소비 침체가 이뤄졌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수익성 정체 또는 하락을 맞게 된다.

▲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쏟아지는 유통규제…계류된 '기업 방지법'만 20개

문제는 규제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 65건, 20대에서 42건의 개정안이 각각 발의됐고 규제가 강화됐다. 올해 역시 20개의 유통 관련 법안들이 계류되어 있다. 이중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만 8건이 계류 상태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8개의 유통법 개정안이 올라 있으며, 대부분 대형 유통기업들의 영업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담겼다.

올해 제안된 유통법 개정안들은 명확히 두 가지를 주장한다. 첫 번째는 전통상업보존구역 확대, 두번째는 대기업 및 계열사 영업활동의 축소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에는 일정 면적 이상의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아울렛, 면세점 등으로 의무휴업 규제 대상을 확대한다는 안이 담겼다. 법안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라는 부분이 명기된 만큼 규제를 적용하려는 대상이 명확하다.

홍익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대기업들의 유통영역 확장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점 제한 구역을 대폭 확대하고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의 내용도 담겼다.

국가 차원에서 대형 복합몰의 설립을 규제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등록제(현행)인 대규모 점포 개설 절자 허가제로 변경하자는 안을 내놨다. 또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현행 1㎞에서 최대 20㎞까지 늘리는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라는 편향이 있있고, 정치인들은 이에 편승하고 선동하며 표를 가져간다"라며 "그들이 약자를 돕는 정의의 사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유통업체도 불법으로 성장하지 않았고, 이들은 정상적인 상행위 속에서 선택을 받은 것"이라며, "표 몰이를 하겠다고 정치권이 움직이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밝혔다.

김덕호 기자  |  pado@econovill.com  |  승인 2020.07.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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