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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연기관차 제한 D-15년…업계 ‘촉각’서울시 “업계 준비됐다, 시민 수용·인프라 구축이 관건”
업계·학계 “서울시 너무 급진적, 시책 일정 신중 기해야”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서울특별시가 친환경 분야 시책의 일환으로 시내 내연기관차를 퇴출해나갈 계획이다. 전세계적인 친환경차 확산 기조에 발맞춘 동시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그린 뉴딜’ 정책에 부응하려는 취지다.

서울시는 이번 시책의 궁극적 목표로 ‘탈탄소 경제·사회 대전환을 통한 인류 생존’을 제시했다. 다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입법자, 공급자, 소비자 등 관련 시장 주체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실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서울시의 이번 시책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출처= 이미지투데이

서울시는 지난 8일 친환경차 보급 확산 등 향후 추진할 친환경 분야 시책들을 종합한 ‘서울판 그린 뉴딜’을 본격 추진했다.

서울시는 그린 뉴딜 사업 가운데 ‘그린 모빌리티’에 친환경차 분야의 세부 계획을 담았다. 그린 모빌리티 사업의 일환으로 15년 뒤인 2035년부터 가솔린, 디젤 등 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의 신규 등록을 제한할 방침이다. 또 사대문 내 ‘녹색교통지역’에서는 내연기관차가 통행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밖에 공공부문 전기차 도입, 승용 전기차 보급 확대, 충전기반 구축, 도로공간 재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린 모빌리티, 그린 빌딩, 그린 숲 등 그린 뉴딜 사업 5개 가운데 그린 모빌리티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3년 간 그린 모빌리티 사업에 1조119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린 뉴딜 사업 총 예산 2조6619억원의 42.1%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친환경차 정책 급물살

서울시가 그린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선 대기환경보전법 등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업계에선 해당 사업이 실행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 실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그린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2025년까지 전기차를 더 많이 보급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한국판 뉴딜 사업의 10대 과제로 선정했다. 또 해당 사업에 총 1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점은 코로나19 사태에 처한 한국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인 인구 가운데 4분의 1이 생활하는 서울시가 정부와 사업적 지향점을 공유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시책 실현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서울시가 이번 뉴딜정책을 발표하기 앞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내연기관차 판매·등록 점진적 금지정책’에 62%가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가 전개하는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미뤄볼 때 서울판 그린 뉴딜 사업이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판 그린 뉴딜 사업은 사실상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활동을 중단하고 친환경차만 팔도록 규제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뉴딜 정책을 발표하기 앞서 국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려 했지만 업계 반발로 보류됐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조직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이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국산차 업체, 부품 업체 등이 모여 만든 단체들로 구성된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 9월 18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내연기관차 생산중단 검토’ 방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제도화가 외국자본 투입 본격화, 한국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유발함으로써 업계 성장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연합회는 당시 “석탄 발전량 증가 전망, 전기차 생산 중 배기가스, 업계 내연기관차 생산 의존 등 요소를 고려할 때 환경개선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출처= 뉴시스

서울시 “업계, 서울판 뉴딜 동참할 준비 돼 있어”…업계·학계 “사업 신중 기해야”

서울시는 현재 국내 자동차 분야 업체들이 서울판 그린 뉴딜 사업에 대응할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민들이 이번 사업으로 나타날 일상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친환경차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성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서울판 그린 뉴딜 사업에 대해 업계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린 모빌리티 사업 계획에 따라 제도 도입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시책이 심각한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되겠지만 현실에 따라 전략(시책 세부시행 계획)은 바뀔 수 있다”며 “서울시는 그린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해 자동차 산업 내 업체들과 지속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국산차 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서울시의 이번 그린 뉴딜 시책의 급진성을 경계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언제까지 어떤 한 쪽을 제한한다’는 식의 편향적인 기조 대신 기존 사업 역량과 미래 사업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KAMA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내연기관차 분야의 기술력을 동력원으로 성장해왔고, 지금도 해당 분야 경쟁력을 (친환경적 측면에서) 강화해나가고 있다”며 “정책·시책은 기존 경쟁력을 차단하거나 버리는 대신 기술 중립적 차원에서 미래 역량과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 일각에서도 서울시의 이번 그린 모빌리티 사업이 친환경 분야 측면에서 진일보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실성은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의 평균적인 차량 이용 기간이나 뉴딜 사업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변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시책 진행 과정의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차량 1대를 10년씩 탄다고 가정하면 일부 서울 생활 인구는 지금부터 2~3년 이후엔 내연기관차를 구입하는 게 어려운 셈”이라며 “서울시는 각종 시책이 전국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국내 업체별 사업 현황 등을 고려해 시책 시행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차, 그린 뉴딜 정책 바탕으로 친환경차 사업 전개

한편 국내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두 기업은 현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앞서 기업의 생존 요건으로 꼽히는 친환경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가 친환경차 보급 사업의 목표로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을 구체화한 점은 두 기업에 적잖은 부담을 줄 만한 요소다. 다만 두 기업은 국내외 친환경 기조를 염두에 둔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실천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기아차 양사는 2025년을 기한으로 61조원, 29조원씩 총 90조원 가량 투자하고 친환경차 라인업을 총 44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해당 라인업에 포함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서울시의 향후 퇴출 대상이다. 다만 양사 친환경차 정책의 최종 단계에 놓인 제품은 아닌 만큼 중단기적 차원에선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사가 그린 뉴딜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발언에서 가늠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린 뉴딜 정책을 사업 저변에 둘 것이란 방침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정부 주도로 열린 한국판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에 영상을 통해 등장한 뒤 “그린 뉴딜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업방향”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저탄소·제로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수소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춘 친환경 기술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동훈 기자  |  cdhz@econovill.com  |  승인 2020.07.27  16: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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