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라이나생명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승승장구하던 우량 외국계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에 매각된 푸르덴셜생명에 이어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내 생명보험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알짜 보험 매물에 대한 수요는 높은 지금이 매각 적기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탄탄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갖춘 보험사 매물을 향한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PEF) 등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매각설이 퍼지고 있다. 미국 시그나그룹은 최근 한국 라이나생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설 관련 라이나생명 측에선 아직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계 기업인 라이나생명은 우량 생보사로 꼽힌다. 라이나생명은 올해 1분기 총자산(4조8478억원) 기준 업계 21위 수준의 중견 생보사다. 특히 라이나생명의 수익성은 상위권이다. 라이나생명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708억원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3위 수준이다.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5.90%, 17.34%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무건전성도 우수하다. 올 1분기 라이나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311%로, 생보업계 평균(281%)을 상회하고 있다.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수치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 4월 KB금융지주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도 우량 외국계 보험사 중 한 곳이었다. 올 1분기 푸르덴셜생명의 RBC비율은 435%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 푸르덴셜생명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과 우수 설계사 보유 등으로 기업내재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악화일로 생보업계...지금이 매각 '적기'

이처럼 우량 외국계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생명보험 산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저출산‧저성장 등 이른바 '3저(低)'에 빠진 생명보험업계는 포화된 시장 속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생보사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의 판매동력은 추락하고 있다. 생보사 최근 3년간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65.2%나 감소했다. 올 1분기 생보사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4% 줄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생보사들의 역마진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았던 생보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이익률이 감소하면서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역시 생보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면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이 많을수록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량 보험사 매물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사 알짜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그 대표적이다. 앞서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가격은 약 2조4000억원으로 당초 2조원 안팎이었던 시장 예상가를 훌쩍 넘겼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2조3000억원 가량에 인수하며 리딩뱅크를 탈환하기도 했다.

사모펀드들도 우량 보험사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인수전에선 금융지주사들뿐만 아니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국내 사모펀드들도 참전했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의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한 경험이 있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후 거둬들인 수익은 4조원에 달했다. MBK파트너스가 배당금으로 거둬드린 금액만 6000억원 이상이다.

라이나생명 역시 매물로 나올 경우 여러 금융지주사들과 사모펀드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이나생명의 경우 우량한 재무건전성은 물론 텔레마케팅(TM) 채널에 강화됐기 때문에 비대면 영업 확산 기조 속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키워왔던 라이나생명은 IFRS17 도입 대비에 있어서도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장시킨 생보사보다 준비가 수월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생보업황이 장기적으로 점점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우량 외국계 생보사들을 제일 값어치가 높을 때 내놓으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