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유업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 4사 중 에쓰오일(010950)이 첫 주자로 올해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적자 국면은 이어졌으나, 그 폭을 크게 개선해 눈길을 끈다.

▲ 2020년 2분기 손익 계산서. 출처=에쓰오일

에쓰오일은 2020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액이 3조4518억원, 영업이익은 -1643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8%, 전 분기 대비 3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 측은 "지난 1분기보다 판매량은 6.4% 증가했으나 유가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평균 37.6% 가량 떨어지면서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8억(81.5%) 확대됐지만, 1분기에 비해 8430억원(83.7%) 줄어들면서 큰 폭 개선됐다. 에쓰오일은 1분기 실적에서 1조73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1분기는 정유업계에 있어 그야말로 가혹한 계절이었다. 코로나19발 수요 침체에 따라 1분기 동안 대량 축적된 원유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지속적인 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5월 이후 원유 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유가가 반등, 전 분기 대비 재고 관련 손실 규모도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재고 관련 손실은 1분기 7210억원에서 2분기 1690억원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순이익은 2019년 2분기보다 805억원(54.6%), 올해 2분기보다 8137억원(92.4%) 증가한 -6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유 빼고 다 흑자 났는데…

사업별로 보면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매출 2조5915억원·영업익 -3587억원)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석유화학 부문(매출 5891억원·영업익 911억원)과 윤활기유 부문(매출 2713억원·영업익 1033억원) 등 나머지 2개 사업에서는 모두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유 부문이 총 매출액에서 75.1%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탓에 적자 국면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사업부의 이익으로는 정유 부문의 손실 폭이 미처 만회되지 못한 것이다.

▲ 사업 부문별 장기 마진 추이. 출처=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문에서 아로마틱 계열을 살펴보면, 파라자일렌 스프레드는 역내 설비 가동률이 조정됐음에도 신규 설비로 인한 공급 과잉이 생기면서 축소됐다. 벤젠 스프레드는 다운스트림 수요 부진과 중국 내 높은 재고로 급락했다.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과 벤젠 모두 예상보다 느린 다운스트림 수요 회복과 높은 재고량으로 인해 3분기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레핀 계열의 경우, 폴리프로필렌(PP) 스프레드는 원재료인 납사 가격이 떨어진 가운데 개인용 방호 장비에 대한 견조한 수요로 중국 PP시장이 안정화 되면서 확대됐다. 프로필렌옥사이드(PO) 스프레드는 다운스트림 수요가 부진한 와중 역내 설비의 정기 보수가 집중되면서 소폭 상승했다. PP와 PO의 수요 모두 3분기에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에쓰오일은 전망했다.

윤활기유 부문은 세계 각국의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낮은 원료가에 힘입어 견조한 수요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의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에쓰오일 측은 "3분기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치 완화와 경기 부양책으로 원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