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비행기. 시계방향으로부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저비용항공사(LCC)를 둘러싸고 '9월 실업대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항공업계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업황악화로 자본잠식이 이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어 정부의 지원까지 끊어질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8월 말 항공사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 종료… “나 어떡해”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노동부와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에 대해 논의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여부와 관련 “오늘도 면담을 했지만 항공업계에서 꾸준히 180일 지원기간 연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연장 여부는 사회적 대타협 논의가 필요한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항공사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은 8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이는 지난 4월 15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10월 14일 종료되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모든 항공사가 영향권에 포함된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로 직격타를 입은 항공업계를 위해 한시적으로 항공기 취급업을 특별고용업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180일) 휴직수당의 90%까지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 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원금이 주어지는 동안은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조치를 할 수 없다. 대다수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3월경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지원받고 있다. 인수합병(M&A)중인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정부의 특별고용지원금 지원기간이 끝나는 8월말 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 실시할 수 없었던 인력 절감이 대거 이뤄질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지원금 종료가 임박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항공사들의 잇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설도 국내 항공업계의 실업대란설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아메리칸 항공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직원 2만5000명에게 해고통보서를 보냈다. 감원 규모는 아메리칸 창구, 기술직의 약 29%에 달한다. 앞서 아메리칸은 관리직 약 50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

또한 지난 주 유나이티드 항공 또한 미 직원 절반에 해당하는 3만6000명의 직원들에게 10월에 실직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통보했다. 델타 항공 역시 2000여명의 조종사들에게 비슷한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황이 올해는 물론이고 단기간에 살아나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줄일 수 있는 고정비인 인건비를 줄이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인건비는 항공사 매출 원가의 20%대에 달해 유류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에 항공사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유급휴직이나 휴업 등을 실시하며 버텨왔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 항공사 상당수가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금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매출 나는 곳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인력 구조조정 뿐 아니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요청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덧붙였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 늘려달라” 항공사들 절박한 호소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진에어를 제외한 항공사들의 현금 곳간 사정은 열악하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79억원 수준이며, 티웨이항공은 334억원에 불과해 직전분기보다 1000억원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고정비와 부채 등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은 이 같은 상황을 버텨야 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뉴딜 정책을 앞세워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초유의 항공사 대량실업 사태를 손 놓고 관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최근 노사정합의안은 불발됐지만,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6월말 종료되는 90% 지원수준 특례기간을 9월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항공업계는 연간 180일까지로 한정된 지원기간도 완화해 줄 것을 읍소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올해는 추가로 유급 휴업·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로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주요국처럼 기업 대상의 보조금지급 등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은 각각 항공사 자산 대비 10%와 21%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지원 규모는 항공사 자산과 비교해 7.1%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이나 진에어 같은 경우 유상증자라도 했지만 나머지 항공사들은 답이 없다”며 “만약 고용유지금 지원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유급휴직의 경우 회사별로 많이 나와봐도 1인당 200만원이다. 결국 회사가 돈을 추가적으로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걸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본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결국엔 대규모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