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대우조선해양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 상반기 조선업계가 심각한 수주절벽에 내몰렸지만 조선 3사의 2분기 실적은 평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올해 신조 발주는 대폭 줄었지만, 일감이 나오는 시기와 재무에 반영되는 시점이 다른 조선업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다만, 올해 수주는 2~3년 후 매출에 반영되는 만큼 조선사들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조선 3사, 2분기 실적 무난 전망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선3사의 2분기 실적은 전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1088억원, 596억원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4.74%, 7.39%씩 증가한 수치다. 해양부문에서 고정비 대비 일감이 부족해 일부 손실이 발생했지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프로젝트가 없었고 시추선 관련 리스크도 없어 선방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2조1027억, 영업익 80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22% 줄었고 영업익은 58.68% 감소한 수준이다. 과거 부진했던 선박 수주의 영향과 환율 감소효과로 인한 것이다. 다만, 영업익은 반토막이 났지만 지난해 동기 잠재부실을 털어낸 충당금 등 일회성 이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1조9093억원, 영업손실 95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85% 증가가 예상되나 적자 폭은 390억원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2일 브라질 에너지 업체 페트로브라스가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되며 불확실성 요인은 해소됐지만, 나이지리아 야드 고정비 부담과 함께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인 드릴십 충당금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주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는 통상 2~3년 전 과거 수주가 현재 재무에 반영되는 조선업 특성에 따른 것이다. 즉, 올 2분기 실적은 2017~2018년에 확보해놓은 수주 물량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무난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계약 협약식이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처=산업부

하반기 실적 반전 카드 희박… 2~3년 후 실적 부담

문제는 현재의 여파가 반영될 2~3년 후의 실적이다. 올 들어 코로나19와 경기 불확실성 확대, 이동제한 등으로 전 세계 신조발주는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올 초만 해도 조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되면서 LNG선 등 친환경선박 의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선주들은 신조발주 계획을 철회하거나 유예하는 등 전면 중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올 초 사이 수주 목표를 설정했던 조선3사들은 비상등이 켜졌다. 

실제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만CGT·269척으로 작년 동기의 42%에 불과하다.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은 2016년 상반기(766만CGT, 423척)보다도 25% 줄어든 숫자다.

이 가운데 한국은 37척(118만CGT)을 수주해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2척의 40%, 2018년도 상반기 150척의 24.6% 수준에 불과하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그룹 수주액은 20억달러로, 올해 수주 목표치 157억달러의 12%에 머물렀다. 대우조선해양은 14억3000만달러, 6척을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액 72억1000만달러의 19.8%다. 삼성중공업은 5억달러의 수주를 달성, 목표 금액 84억달러의 6% 밖에 채우지 못했다.

어렵게 상반기를 보낸 조선사들은 하반기 일감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상황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러시아나 모잠비크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LNG선 발주가 예정돼있긴 하지만 이외 발주물량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국내 조선3사가 얼마나 수주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근 급락하고 있는 LNG 운임은 프로젝트 연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저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드릴십 등 해양부문 물량 발주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타르와 체결한 100여척 규모 슬럿약정과 관련 하반기부터 슬럿을 확정해준다던지 극소수 건조물량이 나오던지 진행이 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신규 발주가 멈춰있어 백신이 나오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하반기에도 분위기가 크게 반전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3사 모두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