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디지털 엔화 발행에 대한 검토를 가속화하고 있다.    출처= CoinG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본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통화’(CBDC)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조만간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에 관한 기본방침'을 통해 디지털 통화 검토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비록 중국 등 일찌감치 이를 검토해 온 나라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디지털 엔화 발행 연구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최근 몇 달 동안 CBDC 연구에서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왔다. 일본은 또 CBDC 발행과 관련된 기회와 위험에 관한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CBDC 발행 검토를 경제재정 운용 기본방침인 이른 바 ‘호네부토(骨太)방침’에 공식 포함시킨 것은 이미 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CBDC가 호네부토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결국 CDBC발행이 머지않아 공식적인 정부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호네부토에 포함된 사안에 대해서 내각은 그 계획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책임이 있다.

일본은 작년까지만 해도 CBDC에 대한 수요를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CBDC 개발을 거의 끝낸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은 디지털 결제 시대에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뒤처질 위험을 감지했다.

중국의 디지털 통화 발행 추진이 달러, 유로화, 엔화 등 3대 통화 체제를 위협한다고 보고, 올 초에는 디지털 통화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등과 7개 중앙은행 회의체를 만들어 연구 모임을 가졌다.

처음에는 '중립적' 위치에서 디지털 통화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연구 목적으로 참여했지만, 연구 모임에 참여한 유럽 국가들이 속속 디지털 통화 발행을 위한 개별 연구에 들어가면서 이른 바 반중(反中) 연대로서의 성격이 모호해졌다.

영국은행은 이미 "디지털 파운드화 발행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고, 스웨덴도 이미 자국 디지털 통화인 e-크로나 시험 운행에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통화를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의장도 지난 5월 "연준은 디지털로 돈을 발행할 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 재무부의 단기증권이나 정부 보증 유가증권을 위한 채권구매에 디지털 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발행한다는 방침 하에 이미 '디지털 위안화' 시험 운행 단계에 들어갔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근, 복수의 G20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의 디지털 위안화 시험 운용과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통화 도입 계획 가속화로 인해 미국과 G20의 디지털 통화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며 오는 "10월 15~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디지털 화폐를 수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