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주류인 리튬 이온 전지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배터리에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충전할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염료 감응 베타전지(Dye-Sensitized Betavoltaic Cell)'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지난 15일 에너지 공학 전공 인수일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16일 밝혔다.

배터리 기술의 한계가 회자되는 가운데 등장한 '가능성'이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전기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배터리에 대한 교체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성능·수명·용량·안전성 등 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잦은 교체 주기에 따른 폐기물 발생으로 환경 오염 문제 역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친환경적이고 장기안전성까지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베타전지가 거론된다.

베타전지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전력을 자체 생산한다.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온 베타선이 방사선 흡수체인 반도체에 충돌하면서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다.

방사선은 흔히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지만, 베타선은 인체 유해성·투과도가 낮아 높은 안전성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또 베타전지의 수명은 방사선 동위원소의 반감기와 비례하므로, 수명 면에서도 압도적인 장점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이미 베타전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값비싼 소재와 복잡한 제작 공정 등의 요인들 때문에 베타전지의 대량생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인수일 교수 연구팀은 기존 베타전지에서 방사선 흡수체로 쓰이던 값비싼 반도체 물질을 루테늄 계열의 N719 염료로 대체하고, 방사선 동위원소로는 '탄소-14(Carbon-14)'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까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730년으로, 염료감응 베타전지의 수명은 반영구적 수준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염료감응 베타전지의 성능 실험을 통해 베타선원인 탄소-14에서 방출된 전자의 약 3만2000배에 달하는 전자가 다시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력 생산이 1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 인수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 공학 전공 교수. 출처=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인수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값싼 염료로 새로운 베타전지 개발에 성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전하는 한편, "실용화를 위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언급했다. 막 개발된 해당 전지의 경우, 아직 효율이 낮아 기기의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크다는 뜻이다.

인 교수는 "베타전지의 성능은 상용화를 진행하기에는 아직 한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속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베타전지의 효율을 실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