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유통업계의 상징.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는 100% 불매운동이 불가한 브랜드”라는 말이 있다. 이는 롯데의 다양한 소비재와 서비스들이 우리 생활 속의 많은 부분에 깊숙하게 스며들어있음을 의미한다. 롯데라는 기업을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업의 이미지는 역시 ‘유통업(야구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면세점에 온라인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롯데는 우리나라에서 유통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실로 큰 영향력이다.  

맨손으로 쌓아올린 금자탑 

일제강점기 헐헐 단신 맨몸으로 일본에 밀입국해 온갖 수난과 고생을 견디며 롯데를 창업한 고(故)신격호 명예회장의 이야기는 국내 재계 역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신화다. 일본에서 껌과 비스킷, 초콜릿 등 제과 사업으로 이름을 알린 롯데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1960년대 우리나라로 건너와 롯데제과(1967)로 국내 첫 사업을 시작한다. 

롯데가 ‘과자회사’의 이미지를 넘어 우리 재계 역사에 남긴 한 획은 현대식 유통 방식을 도입한 대형 백화점의 시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운영되던 백화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운영방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사업도 영세했기에 제 기능을 하는 곳이 드물었다. 신격호 회장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백화점 운영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하고 초대형 쇼핑센터 준공 계획을 세운다. 1976년 착공해 1979년 완공된 연면적 2만7438㎡, 영업면적 1만9835㎡의 국내 최대 규모로 서울 소공동에 지어진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의 전신)’은 우리나라 유통업의 체계를 바꾼 시작점이었다. 이후 롯데는 백화점 운영을 시작으로 편의점, 슈퍼,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채널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삶 속에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 한국 롯데그룹의 시작, 한국 롯데제과 창립 초창기 시절의 역사 기록 사진들. 출처= 롯데제과

위기 그리고 기회 

2018년 미국에서는 164년 역사의 백화점 체인 카슨스(Carson’s), 120년 역사의 백화점 시어스(Sears)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일이 있었다. 경영난으로 인한 점포의 폐쇄였다. 오프라인 유통점포의 낮은 수익성을 견디지 못한 미국 유통업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를 미국에서는 리테일 멜트다운(Retail Meltdown) 이라고 했다. 이 여파는 우리나라 유통업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롯데 유통사업 부문의 핵심인 롯데쇼핑은 2019년 연간 매출 17조6328억원, 영업이익 427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대비 각각 1.1%, 28.3% 감소한 매우 부진한 실적이었다. 이러한 부진을 만든 요인은 하나다. 바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었다.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가 온라인 채널로 옮겨감에 따라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수 십 년 동안 오프라인 유통이 핵심 경쟁력이었던 롯데에는 위기의 시그널이었다. 여기에 2020년 초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확산은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롯데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유통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린다. 바로 ‘유통의 효율화’와 ‘온라인 전환’이다.

▲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개점 기념 행사에 주요 임원들과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서 왼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대책의 골자는 전국 약 700개에 이르는 롯데의 오프라인 점포들 중 최대 200곳의 비효율 점포를 정리함과 동시에 롯데 유통 체계의 중심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전환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대외적으로도 롯데의 미래 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는 중대사안이다. 지난 3월 신동빈 회장은 일본의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롯데 유통사업의 중심이 오프라인 유통점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여태까지 롯데가 오프라인 점포로 유통업에서 거둔 성공들은 모두 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롯데 유통의 온라인 전환은 현재 다른 어떤 대책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논의 단계에서 멈췄던 롯데의 온라인 통합 유통플랫폼은 올해 3월 ‘롯데ON’이라는 이름으로 그 본체를 드러냈다. 물론 오프라인 유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 롯데이기에 아직까지도 온라인 전환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는 자신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어 준 ‘필살기’와 같은 유통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