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오는 11월 본선을 앞두고 미국 제조업과 기술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7000억 달러(840조원) ‘바이든표 뉴딜 공약’을 발표하며 경제 문제 첫 포문을 열었다.    출처= Politic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부통령이 오는 11월 본선을 앞두고 미국 제조업과 기술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7000억 달러(840조원) ‘바이든표 뉴딜’ 공약을 발표했다.

바이든 전부통령은 9일(현지시간), 4년 간 미국 정부의 미국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를 4000억 달러로 늘리고,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 기술의 연구개발(R&D)에 300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이번 공약은 미국 기업들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 만들었지만 정부 기관들이 간과해 온 현재의 이른 바 ‘바이 어메리칸’(Buy American) 관련 법률들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바이든 선거캠프가 공개한 이번 공약에는,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강화하고 공화당이 추진해 온 감세 조치들을 폐지하겠다는 그의 오랜 약속도 포함되어 있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제이크 설리번 선임 자문위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 물품 구매, 인프라 및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최대 규모의 공공투자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은 새로운 국제무역협정 협상을 추진하기 앞서 먼저 국내시장에서 그러한 노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9일, 펜실베이니아주 던모어의 금속 노동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 같은 제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 주제를 경제 문제로 전환한 첫 번째 연설이다.

사실 경제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소비자 활동이 위축되고 실업률이 대폭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확실한 트럼프의 공적으로 주장했던 분야다.

바이든이 제조업과 노동정책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바이든은 노조와의 유대를 최대한 활용해 4년 전 트럼프 역전승의 최대 공로자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바이든은 앞으로 몇 주 동안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캠페인과, 아이들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 건강보험 문제, 저소득층에 대한 코로나 피해 지원 등 이른 바 ‘서민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자문단은 바이든의 모든 정책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침체로부터의 조속한 회복을 목표로 할 것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종 차별 저항으로 드러난 시스템적 불평등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 8일 국제전기노동자연맹(IEEW)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미국 노동자들의 번영과 권한, 안전과 존엄성을 위해 기념비적인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어젠다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철학에 대한 수사학적 반향이 담겨 있지만, 바이든의 참모들은 그의 접근 방식을 보다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다른 국가들과의 불평등한 무역 협상은, 다국적 기업만 배불리는 조세 정책과 더불어 성급한 고립만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또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구호만 요란했지 정작 외국 업체들로부터의 조달을 늘렸고, 미 기업들의 해외 일자리 유출이 증가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무역과 경제에 대해 민주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 세금에 대해 극좌파의 주장을 일삼고 미국 노동자들을 파괴해 온 수십 년 동안의 무역 정책에 집착하는 집단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을 '중국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인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것은 트럼프가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효과적으로 사용한 전략과 비슷하다.

바이든은 1994년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모두 비난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찬성표를 던졌다. NAFTA를 새 북미협정인 USMCA로 개편한 것은 트럼프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인데, 여기에는 상당 수 민주당 의원들도 지지도 한 몫 했다. 바이든은 1990년대 이후 두 번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향후 무역 협상에서 더 엄격한 통제를 주장해 왔으며, 노동과 환경 운동을 협상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은 9일, 외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하기 전에 미국 시장을 먼저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그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가입을 주장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 문제도 포함된다. 트럼프는 2016년 후보 시절 TPP에 반대했고 취임 후 가장 먼저 서명한 것이 TPP 탈퇴 행정 명령이었다. 중국은 TPP 회원국이 아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모두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난했지만,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우위를 이용해 무역 전쟁만 선동했을 뿐 ‘이기기 위한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캠프는 바이든의 접근방식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바이든이 집권하더라도, 각국 정부의 상품과 서비스 조달을 위해 개방된 국제 시장을 형성한다는 기존의 WTO 정부조달협정(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을 개정할 뜻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바이든 캠프는 새로 제안한 7000억 달러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현재 바이든이 주장하는 모든 지출 제안에 대한 재원 확보 계획을 갖고 있지만 7000억 달러는 일회성이나 단기적 투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결국 바이든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정부 적자 지출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